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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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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자기 나무를 심은 날
작성자 정영수 등록일 23.03.29 조회수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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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즈카 향나무는 대개 학교 본관 건물 앞에 심겨져 있는 학교 조경의 대표적인 수종입니다.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염두에 두고 지정하는 학교도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가이즈카 향나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교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물론 조경을 목적으로 심지 않을 것입니다.

가이즈카 향나무의 일본 이름이 가이즈카 이부끼인데 가이즈카는 일본말로 패총(貝塚), 즉 조개무지를 뜻합니다. 향나무가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 나무의 고향이 일본 오사카에 속하는 패총이기 때문입니다. 1928년 이후 일본에서 공원과 정원의 조경수로 향나무가 적극적으로 식재되어지면서 생겨난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가이즈카 향나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데 1920년대 말 덕수궁을 공원화할 때 이 향나무를 심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우리나라에서 조경수로 널리 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즈카 향나무는 나무 모양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향나무 적성병을 옮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실수 심는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웅포중학교에 작년 9월에 부임하여 보니 전임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진입로 좌우 편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 일부를 거미가 거미줄을 친다는 이유로 베어내었고 일부는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교직원들에게 가이즈카 향나무가 친일 잔재임을 알리며 베어내자는 뜻을 전했고 교직원들도 이에 동의하여 작년 12월에 베어냈습니다.

문제는 베어낸 가이즈카 향나무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었습니다. 교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했으나 딱히 좋은 의견이 없었고 어떤 수종을 심을까 고민하던 끝에 우리학교의 교목인 배롱나무를 식재하면 좋을 것 같아 교직원의 동의를 구한 후 328() 생태환경 수업시간을 활용하여 모든 학생들이 각각 1그루씩 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 각자가 심은 나무는 그 학생이 사랑을 주며 관리하도록 이름표를 제작하여 부착하였습니다.

배롱나무를 심기에 앞서 생태환경 수업 운영 내용과 목적을 짧게나마 공유했음은 물론입니다. 향후 생태환경 수업은 텃밭을 경작하되 봄엔 상추와 아욱, 그리고 고추·오이 등을 심어 학생과 교직원들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을엔 배추를 재배하여 김장을 담가 지역의 독거 어르신을 섬겨보자는 의견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이런 김장 섬김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학부모님의 협력이 필요하니 부모님들께도 의견을 여쭤보고 실행 여부는 최종 학생자치회에서 결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생태환경 수업 운영을 통해 우리 미래인 아이들이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땅의 정직함과 땀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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