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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산물도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
작성자 *** 등록일 12.08.24 조회수 326

[경향신문]

유기농 식품은 과연 안전한가. 농촌진흥청은 국내 유기농산물 재배면적이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대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9년에 550억달러를 넘었다.

유기농산물이란 최소 2∼3년 동안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살충·살균제, 생장조절제, 제초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과 같은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는 농법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말한다. 유기농식품, 유기농 장난감, 유기농 의류, 유기농 침구류 등 관련 제품이 봇물을 이룬다. 유기농 기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가 등장할 정도다.

왜 이런 유기농 열풍이 부는 걸까.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식품이 오염되고, 이 때문에 식탁의 안전이 위험 수준에 이른 것에 대한 반향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그러나 상당수에서 유기농산물과 유기농 식품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믿음은 맹신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수도권 거주 20세 이상 기혼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가 유기농산물을 구입한 경험이 있었다. 구입 이유로는 91%가 ‘안전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한국식품안전연구원(원장 이형주)이 최근 개최한 ‘유기농 식품의 안전성 워크숍’에서 유기농 식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꽤나 잘못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유기농산물이 세균 감염과 같은 생물학적 위해(危害)에 취약한 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칫 식중독 등 대형 사고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장출혈성대장균의 오염원이 유기농 채소로 의심되는 등 유기농이 절대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실시된 식품원인 질병 조사결과에 따르면 식품오염의 원인은 90%가 세균이고, 6%가 바이러스였다. 화학물질은 3% 정도였다. 이는 생물학적 위해요소에 의한 식품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물학적 위해요소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원충 등 다양하다.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식품’이 생물학적 위해성에 취약한 원인으로는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 사용, 오염된 물과의 접촉, 신선과채류의 특이한(거친) 표면구조, 농산물 표면 부착성이 강한 미생물의 특성, 야생동물 분변에 의한 오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유기농식품의 산업화에 따라 운송, 가공, 유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유해생물의 유입 및 침입이 쉽다는 점도 안전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유기농산물 및 가공물의 오염 사고는 잦다. 지난 6월 유럽에서 발생한 스페인산 유기농 채소의 장출혈성대장균 오염으로 2300여명이 감염되고 독일(23명)과 스페인(1명)에서 모두 24명이 사망했다. 2008년에는 미국에서 살모넬라에 오염된 유기농 토마토에 의해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농 분유, 아기밀 등 가공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유기농은 아니지만, 지난 9월 미국에서는 치명적인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에 오염된 멜론을 먹고 16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형 사고’가 터진 적은 없지만 유기농산물(가공품)의 86.3%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외국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식중독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앙대 식품공학부 하상도 교수는 “생물학적 위해요소는 화학이나 물리적 위해요소와 달리 시간 경과에 따라 증식하므로 그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안전’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소비의 부주의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하 교수는 “유기농산물은 무조건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바로잡고, 안전한 유기농산물 구입 및 섭취요령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지형진 과장(식물병리학 박사)은 “소비자들의 80%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대해 잘 모르고, 유기농을 단순히 무농약·무비료 식품의 개념으로 인식하거나 친환경농산물이 곧 유기농산물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오염 사고는 유기농이든 아니든 빚어질 수 있다. 지 과장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유해미생물이나 곰팡이 독소 등 유해물질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더 많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면서 “하지만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는데도 안전성을 맹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유기농 관련 621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50.2%가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녹색 관련 용어나 마크를 사용하고, 44.7%는 허위·과장 표현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애경 국장은 “유기농 제품의 주요 성분들이 유기농인 것은 맞지만 모든 성분이 유기농인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가짜 유기농 식품, 무늬만 유기농인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제품보다 2~3배의 비싼 값을 치르며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고 소비할 땐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한 유기농 제품 구입 및 섭취 요령]
*소비자시민모임 제공

1. 정부가 공인하는 인증마크를 확인한다=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자연식품, 천연식품, 바이오식품 등의 명칭과 혼동해 사용되고 있지만 유기농식품은 이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는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이렇게 세 종류로 구분한다. 인증마크 아래 있는 등급 표시를 확인하면 구분하기 쉽다.

2. 세계적 인증기관의 수입 유기 가공식품 인증마크를 알아둔다=독일의 BiO, 일본의 JAS, 영국의 SOIL-ASSOCIATION, 미국의 USDA, CAAE, ACO, IFOAM 등 해외 인증을 받은 제품이 많아졌다. 국산 유기농산물은 반드시 국내 인증을 받아야 유기 표시 및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가공용 유기농산물은 국내 인증을 받지 않고 외국의 인증만으로도 유효하고, 이를 원료로 가공된 식품은 유기가공식품으로 표시 및 판매가 가능한 상태다. 그러므로 세계적 인증기관의 공식 마크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최근 중국에서 판매되는 고가의 유기농식품 중 유기농 식품인증 표기가 대부분 임의로 부착된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 포장 뒷면에 원산지가 어디인지도 반드시 확인한다.

3.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 원료 함량을 확인하고 사용된 원료를 전부 표기한 제품을 고른다=유기농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유기 가공식품 인증마크와 유기농 원료의 함량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유기농 원료를 95% 이상 사용하면 제품명에 ‘유기’, ‘유기농’, ‘유기농 가공식품’ 등으로 표기할 수 있다. 70% 이상 95% 미만일 경우 용기와 포장에 ‘유기’ 또는 그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어 잘 구분해야 한다.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우수식품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goodfood.go.kr)에서 유기 가공식품 인증 여부를 조회해 볼 수 있다.

4. 가공 과정까지 곰꼼히 따져본다=원료가 유기농이라도 제조과정에서 식품첨가물을 많이 쓰거나, 다른 비유기농 원료와 같은 시설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다.

5. 생협, 한살림 등 유기농 전문매장이나 믿을 만한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의 제품을 구입한다=주요 유기농식품 생산업체들은 ‘생산정보 공개제도’를 통해 만들어, 제품 포장에 있는 바코드 마지막 5자리 숫자를 자사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원산지, 생산과 보관, 운송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또 일부 유통업체도 포장지에 인증번호, 생산자 사진, 주소, 연락처를 표기 ‘신선식품 품질 실명제’를 통해 GAP(우수농산물)의 신뢰도를 쌓고 있다.

6. 유기농 채소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미생물이나 오염원이 있을 수 있으므로 꼭 씻어 먹는다=유기농으로 검증된 제품은 방부제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상하거나 벌레가 끓기 쉽고 그만큼 미생물 번식도 빠를 수 있다. 깨끗이 세척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또 식품을 필요한 만큼 소량씩 구입하는 것이 좋다.

7. 친환경 계란은 반드시 냉장유통, 보관 및 포장판매가 의무다. 소비자는 계란의 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장판매까지도 잘 관리되고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8. 친환경축산물, 유기축산물인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 제품’을 구입한다.

9. 과장광고 또는 내추럴, 천연, 퓨어, 프리미엄 오가닉 등의 제품명을 붙여 유기농처럼 판매하는 제품을 주의한다.

10. 유기농이라고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한다=유기농 식품의 맹목적인 이용과 건강에 좋다는 맹신은 소비 형태에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불필요한 유통과 광고·마케팅 비용 등이 제품 가격에 포함되어 원가에 비해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인식도 한몫한다.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 이유없이 비싸거나 터무니없이 싼 것에도 의문을 가져보자.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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