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임 사

   하나님을 경외하고 빛과 소금의 사람을 기른다는 건학이념아래 세워진 우리 신흥은 1900년 신학문의 전당이었던 희현당 터에 레이놀즈 선교사에 의해 학교를 시작하여 은혜 가운데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주시고 섭리하신 에벤에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신흥은 훌륭하신 선생님, 학생, 학부모, 여기에 5만여명의 동문님들의 협력과 지원 속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입니다. 지난 120년 신흥의 역사는 이 지역사회 교육의 역사요, 기독 신앙의 역사요,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한 항쟁의 역사요, 군부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의 역사였습니다. 우리 신흥인은 민족의 질곡이 있을 때마다 한복판에 서서 당당히 맞서왔으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영광스런 전통의 강남이남 최초의 학교인 전주신흥학교, 이제 개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신흥의 15대 교장으로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학교의 비전과 방향은 건학이념과 지·인·용 교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는 데 저는 몇 가지 지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첫쩨, 하나님 말씀에 충실한 학교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물질만능주의, 가치의 혼돈 시대에 우리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주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100여명 교직원과 함께 가르치고 섬기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둘째, 학력을 신장시켜 지난 날 신흥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미래지향적 교육관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여 ‘여기서, 지금’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학문과 지성을 겸비하도록 키워내겠습니다.

   셋째, 개교 120주년을 맞이한 학교에 걸맞은 이 지구촌을 향한 나눔의 실천입니다. 낙후되고 열악한 환경의 이국땅에 도움의 손길을 펼쳐나가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신흥은 건학이념을 실천하면서 지역사회를 넘어 대한민국을 운영하고 전 지구촌 곳곳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흥인이 되었습니다. 전 국회의장 정세균 69회 동문께서 이제는 국무총리로 국가 행정을 책임 있게 경륜을 펼쳐나가시는 것도 하나의 사례일 것입니다. 우리 신흥은 이제 활짝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조성입니다. 미세먼지 등으로 실외체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내체육시설 구축과 운동장 시설 재정비를 통해 학생들의 행복감을 높이겠습니다.

   3.1운동 때에는 3.13 전주만세운동의 햇불을 지피는 선봉이었으며, 1937년에는 일제의 신사참배에 항거하여 과감히 폐교를 선택하였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때에는 고등학교로서는 유일하게 5.27민주화운동을 일으켜 ‘정의 실현’이라는 용기 있는 행동을 과감하게 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신흥은 이런 정신적 자산을 바탕으로 비상할 차례입니다.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 동문이 함께 협력하며 이끌어주고 밀어주어, 신흥공동체가 민족의 분단을 극복하고 한민족의 소원을 이뤄내는 일에 앞장서야겠습니다. 민족 통일을 준비하는 학교, 독서를 통해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학교, 21세기 융합 통섭의 인재를 기르는 학교, 졸업하고 나가서는 지구촌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지금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취임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3. 1.

전주신흥고등학교 제 15대 교장 임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