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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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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58(20241118)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1.18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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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쉰여덟 번째 편지, 20241118, 월요일에

 

백년의 사랑 / 김왕노

 

 

강둑에 앉아 우리 사랑 백년은 흐를 거라 해서 나는 울었네.

천년은 갈 사랑이라 믿었다가 백년이라 말해서 울었네.

강둑에 풀을 쥐어뜯으며 네가 어떤 변명의 말을 해도

백년이란 말 앞에서 난 울 수밖에 없었네.

강둑에 자란 왕 버들나무도 자잘한 잎을 피워 흔들지만

몇 백 년은 넘었고 강가에 구르는 자갈돌도 몇 천 년은 넘었는데

사랑 운운하면서 백년을 말해 난 토라져 울었네.

사랑이 백년이라니 고작해서 백년이라니 백년의 발상은

어느 속으로부터 나왔을까 따지며 강물보다 서럽게 울었네.

사랑이라는 말을 익히는데 백년, 그 말을 전하려 고개 돌리는데 백년

그 짧은 말을 하는데도 백년, 그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데 백년

그래서 난 백년의 사랑이라 말하고 그것이 내 사랑의 지론인데

난 강둑에 앉아 우리 사랑 백년을 흐를 거라 해서 울었네.

   

                                                                                           《한국미소문학(2016, 봄호)

 

   

▷ 어느 해 겨울, 하느님과 천사님들이 졸업식장에 갔어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부모님들도 못 오게 하는 졸업식장이 너무 썰렁할까봐 하느님과 천사님들이 나섰어요. 비록 점심 한 끼지만, 학교에서 3년 동안 한솥밥 먹고 부대끼며 온갖 고생을 다한 친구들을 하나하나 축하하며 따뜻한 눈길로 졸업의 기쁨을 나눴어요. “선생님들, 청소부님들 등등, 우리 아이들 뒷바라지한 손길들에게 새삼 고개가 숙여지네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님이 말했어요. “그중에서도 으뜸이 밥 먹이는 손길 아니겠어요? 급식충이라는 말도 있지만, 집밥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가장 큰 기쁨인 먹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날마다 선물한 급식실 조리사님들과 영양사님들의 손길이야말로 우리 아이들 졸업의 1등 공신 아니겠어요?” 마르첼리나 천사님이 말했어요. “하느님이 일일이 아이들 곁으로 갈 수 없어, 하느님을 대신해서 어머니를 보낸 것은, 집밥으로 새로운 생명을 세상으로 내보내란 하느님 뜻 아니겠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집밥 대신 길밥을 먹는답니다. 학원 가느라 포장마차에서 길밥을 먹고, 취직 공부하느라 도서관에서 밤새며 편의점 컵라면으로 길밥을 먹고, 가출해서 오갈 데 없어서 길바닥에서 길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기도 한대요. 이런 일도 있었죠.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밥을 못 해먹게 하는 고시원에서, 어느 날 전기가 차단되어 조사해 보니 고시생 한 명이 돈을 아끼려고 밥을 해먹다 들켰어요. 차가운 겨울날에 솥단지를 안고 주인에게 쫓겨나는 청년의 뒷모습을 저는 잊을 수 없어요.” 마리아 룻 천사님이 말했어요. “흙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가 먹을 게 없어서 진흙으로 만든 쿠키를 사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우리나라에 흙밥이 있다는 소리는 저도 처음이어요. 줄도 없고,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흙수저 아이들이 노점이나 편의점에서 삼각깁밥, 컵라면, 컵밥 등 즉석식품으로 거리에 줄을 서서 계산하고 짧은 시간에 식사를 해결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 흙밥이랍니다. 영양이 결핍되어 공복감만 채우게 되는 이런 흙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설사 나중에 돈벌이를 하게 된다 해도, 훗날 질병으로 나타나는 성인병이나 고질병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불행을 헤쳐 나오기 어렵다고 해요. 집밥처럼 따뜻하고 영양 있는 밥을 정성으로 짓는 급식실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꼭 빠뜨리지 말아야겠어요. 적어도 백년의 사랑은 하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손수 밥을 지어 먹이는 손길이야말로 생명을 낳고 기르는 신의 손길이 틀림없지요, 하느님?”

 

 

수능을 치른 3학년 친구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5 대학입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월요일 힘내시기 바랍니다. 가족 그림책 읽기 공모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나온 편지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행사에 함께 하게 됩니다. 간단한 메시지를 이 번호(010-7163-7249)로 보내주세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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