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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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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55(20241111)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1.11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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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쉰다섯 번째 편지, 20241111, 월요일에

 

나 쌀벌레야 / 주미경

 

 

너 쌀 속에서 놀아 봤니

누가 쌀독 밑으로 더 깊이 내려가나

누가 더 하얗게 쌀가루 뒤집어쓰나

쌀독이 열리고 바가지가 내려올 때

누가 빨리 피하나

, 마지막 놀이는 위험해

아차 하는 순간 저 구멍 위로

딸려 가는 수가 있으니까

요즘은 쌀이 줄지가 않아

우리야 쌀이 넘칠수록 좋지만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얼마나 큰 독 안에서 살까

그 독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까

바가지를 타고 올라가 볼까

저 동그란 구멍 밖 세상으로

 

 

하늘나라에서 천국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어요. 마을마다 천막을 하나씩 쳐놓고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모습만 보아도 축제분위기가 났죠. 김밥천국 옆에는 공구천국이 있고, 공구천국 옆에는 문구천국이 있고, 문구천국 옆에는 게임천국이 있고, 게임천국 옆에는 팬시천국이 있고, 팬시천국 옆에는 치킨천국도 있고, 치킨천국 옆에는 과일천국이 있고, 과일천국 옆에는 맥주천국도 있고. 그리고 축제마당 맨 끝에는 벌레천국 부스도 끼어 있었지요. 벌레천국 천막에는 온갖 벌레들이 모여서 올해의 최고얍 그랑프리 벌레를 뽑아 임금님 곤룡포복장에 왕관을 쓰고 거리행진을 벌인답니다. 거드름을 피우며 나타난 좀벌레가 말했어요. “나보다 유식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나는 책속에서 하루 종일, 일 년 내내, 아니 한평생을 책장만 넘기며 사는 놈이야. 책갈피가 내 침대이고 운동장으로 알고 살다보니 이렇게 머릿속에 든 게 많아서 올해의 최고얍 그랑프리는 내 차지야!” 그러자 돈벌레가 헛기침을 해대며 벌레들 앞으로 나와서 큰소리를 냈어요. “이 세상에 최고가 뭐니?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 아니니? 나처럼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놈 있으면 어디 한번 얼굴을 내밀어 보시지? 돈 많은 내가 좁고 굽은 천국길도 아스팔트로 넓고 훤하게 뚫어줄 테니 기대하라고! 대신 최고얍 그랑프리는 내가 가져갈게!” 어디선가, “잠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모두들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나 일벌레야. 지금도 말하면서 이렇게 우리 천막을 손질하고 있잖니? 놀면 뭐해? 세상에서 젤 신나는 게 일하는 재미야! 일을 하다 보면, 걱정도 잊고 불안도 쫓고 어쩌다 슬픔이 와도 눈물 흘릴 새도 없거든. 돈벌레가 돈 버는 것도, 나 같은 일벌레 아니면 어림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일이지. 그러니 최고얍 그랑프리는 내 거야, 다들 불만 없지?”그때 어디선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그래도 여기가 천국이라고 웃기는 소리만 지껄여 대는구나. 너희들 지금 밥이나 먹고 하는 소리니? 아침은 뭘 먹었니? 점심은 또 뭘로 때울 건데? 아직 입들은 살아 있어서 먹을 걸 찾기는 하겠지? 한 끼만 굶어도 그 입에서는 날 찾는 소리가 들리고, 하루만 굶으면 날 찬양하는 소리가 들리고, 어쩌다 사흘만 굶으면 나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 세상에서 젤 무서운 게 삼시세끼 밥 먹는 거라는 걸 모르는 벌레들은 설마 없겠지? 이 쌀벌레가 영광의 최고얍 그랑프리를 쓰고 거리행진을 해도 불만인 놈은 없겠지?”쌀벌레 말을 듣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잠벌레, 공부벌레, 축구벌레, 그리고 웃기만 하는 헤벌레 등등은 슬그머니 주먹밥 간식코너로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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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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