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54(2024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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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1.08 | 조회수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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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쉰네 번째 편지, 2024년 11월 8일, 금요일에
내가 원하는 것 / 류시화
너와 함께 라다크에 가서 빵가게나 열었으면 했어 색바랜 수건 머리에 두르고 전통처럼 다섯 손가락 자국 새기며 밀가루 반죽 납작하게 눌러 진흙 화덕 안쪽에 구우면 굳이 다른 진리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삶 그 자체가 진실일 테니까 문양 같은 글자들 찍힌 신문지에 잘 구워진 빵 한 봉지씩 싸 주면서 네가 서툰 현지어로 인사하면 그 노동자들 우리와 오래 친한 건 아니지만 난로에 모두 코밑이 그을린 친구들이지 다섯 달은 폭설로 바깥세상과 두절되는 곳 그만큼 너와 사랑을 나눌 시간도 많아 인더스강 진흙 벽돌로 지은 흙집에 살면서 계피 넣은 차로 언 몸 녹이고 눈 쌓인 산 바로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 바라보며 마지막이 그다지 나쁘지 않으리라 믿는 것 그것이 기쁨의 공식이겠지 등에 얹힌 눈 털어내느라 야생 나귀들 발굽 구르는 소리에 별들도 가늘게 떨리고 내가 속한 곳 멀리 떠나 내가 속하지 않은 곳에서 너와 함께 화덕에 덴 손 싸매 주며 살았으면 했어 굳이 다른 해답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류시화/수오서재/2022』에서
▷ 하느님이 천사들과 티브이를 보고 있어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외면하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거든요. “선거를 통해서 뽑아놓은 사람인데 그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을까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세상에는 온전히 나쁜 일이나 온전히 해가 되는 일은 없어요. 후회하는 일도 해가 되는 일 같지만 후회하는 다음 순간부터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게 아니겠어요? 후회하는 삶은 어쩌면 신이 주시는 또 다른 깨우침이자 선물이지요. 더 이상 내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지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누군가 나쁜 짓을 하면, 그 나쁜 짓을 보고 모두가 긴장하고 경계하며 더 이상 나쁜 짓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보살피지 않을까요? 나쁜 짓이야말로 좋은 짓의 시작이라 여기고 우리 삶을 후회하게 만들고 원망하게 만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시간이 라며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앞에서 보면 첫째지만 뒤에서 보면 끄트머리인 마지막이 되고, 땅에서 키를 재면 가장 큰 사람이 하늘에서부터 키를 재면 가장 작은 사람이 되듯이,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 좋다는 것과 나쁘다는 것은 딱히 정해졌다고 할 수 없지요. 태초에 온전했던 세상이 하느님 손길로 만들어졌다면, 지금 어지러운 세상도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모두 하느님 뜻이라 여기고 눈앞에 펼쳐진 악한 세상도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해요. 또한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만드는 것도 하느님 뜻이라 여기고 무릎 꿇고 기도하며, 때로는 무릎을 펴고 일어나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지요. 온갖 나쁜 일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할 기회를 나에게 주신 하느님의 뜻이고, 온갖 좋은 일은 하느님 뜻대로 행동한 나에게 믿음의 대가를 보여준 하느님의 계시 아니겠어요?”
▷ 한 주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반갑게 만나요. 오늘은 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입니다.
▷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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