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44(2024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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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10.25 | 조회수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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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마흔네 번째 편지,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으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칠판에 적힌 시 한 편》(창비, 2011)
▷ 하느님이 천사들과 왕궁5층 석탑을 보러 갔습니다. 스무사흘 달님이 귤 한 조각처럼 떠 있는 하늘 아래서 달빛에 젖은 구절초 꽃을 보며 옛 궁터를 거닐었습니다. “서동이와 선화공주도 우리처럼 이곳을 거닐며 달빛 아래서 사랑의 기쁨을 나눴겠지요? 여기 돌탑도 탑의 무게만큼 아름다운 사랑의 흔적을 쌓아 놓았겠지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저 돌탑엔 짝사랑의 아름다움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상사화의 꽃과 잎처럼 이루지 못할 사랑을 애태우며 홀로 취하는 사랑이야말로 저 돌들이 새겨놓은 어떤 기억보다도 잊지 못할 순수한 그리움 아니겠어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짝사랑도 좋지만 영혼과 육신으로 하나 되는 참사랑만 할까요? 저렇게 육중한 돌탑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가 서로를 살 맞대고 나누는 황홀한 기쁨의 순간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마음과 마음이 감전되듯 몸과 몸이 한데 어울리어 솟아나는 살맛나는 참사랑의 세레나데를 층층이 돌탑에 새기느라 달빛도 잠 못 이루었을 거예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사랑에 눈 먼 짝사랑도, 영육으로 나누는 참사랑도 찬란한 문양으로 아로새길 만하지요. 그러나 사랑의 끝판왕은 끝사랑 아니겠어요? 짝사랑은 미움을 낳고, 참사랑은 이별을 낳겠지만 끝사랑은 용서할 원수도 사라지게 만들어 한숨의 돌을 감탄의 돌로, 눈물의 돌을 미소의 돌로 쌓아가며 이별의 원망도 감싸고 사랑의 아픔도 은총의 돌층계로 여기며, 천국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만들지 않겠어요? 여기 한층 한층 쌓아놓은 석탑도 어쩌면 그런 끝사랑이 차곡차곡 쌓여서, 한 칸 두 칸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의 사다리가 된 게 아니겠어요?” 노란 귤 한 조각을 입 속에 넣은 것처럼 하느님 얼굴이 달빛에 환해졌어요.
▷ 일주일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반갑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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