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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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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39(20241018)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10.18 조회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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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서른아홉 번째 편지, 20241017일 금요일에

 

5학년 1 / 김종삼

 

 

5학년 1반입니다.

저는 교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저의 학교도 교외에 있습니다.

오늘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므로 오랜만에 즐거운 날입니다.

북치는 날입니다.

우리 학교는

높은 포플러 나뭇줄기로 반쯤 가리어져 있습니다.

아까부터 남의 밭에서 품팔이하는 제 어머니가 가물가물하게 바라다보입니다.

운동 경기가 한창입니다.

구경 온 제 또래의 장님이 하늘을 향해 웃음지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가져온 보자기 속엔 신문지에 싼 도시락과 삶은 고구마 몇 개와 사과 몇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먹을 것을 옮겨 놓는 어머니의 손은 남들과 같이 즐거워 약간 떨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품팔이 하던

밭이랑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고구마 이삭 몇 개를 주워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은 잠시나마 하느님보다도 숭고하게 이 땅 위에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제 구경 왔던 제 또래의 장님은 따뜻한 이웃처럼 여겨졌습니다.

 

시인의 얼굴, 이민호, 북치는소년, 2023에서

 

 

하느님이 천사들과 삼례장을 보러 갔어요. 삼례장은 달력 날짜의 끝자리가 38에 열리는데 오늘은 1018, 금요일이지요. 모처럼 가을걷이한 온갖 곡물이 새벽부터 쏟아져 나왔어요. 들깨, 참깨, 마늘, 고추, 호박, 온갖 과일 등등. 풍성한 장터에서 사람들도 몹시 들뜬 얼굴이지요. “만날 이렇게 들썩거리며 걱정 없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느님 말씀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볼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삼례장도 좋지만 운동회만 한 날이 있겠어요? 그날 하루만큼은 숙제도 없고, 수업도 없어서 아무런 걱정이 없는 날이죠. 김밥이나 고기반찬, 어쩌다 한번 먹는 맛있는 먹을거리도 쏟아져 나오니 아이들 입은 함박만 해지고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신명나는 놀이와 게임으로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아빠도 마찬가지고요. 누구나 아무 걱정 없이 맘껏 뛰놀고 함께 어울리는 운동회가 천국 아닐까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맞아요. 운동회 날은 모두의 축제였죠. 아이들 행사였지만 부모들은 물론이고 마을 어른들과 엄마 등에 업힌 아기까지도 설레는 잔칫날이었지요. 운동회 못지않은 날이 소풍날이죠. 저는 지금도 소풍날 신으라고 난생 처음으로 사주신 운동화를 품에 안고 밤을 뒤척이던 초등학교 4학년 때가 떠올라요. 한얀 운동화 끈이 꿰어진 파란 운동화를 신고 걷는 소풍 길은 하늘을 나는 기분 아니겠어요? 우리도 지금 하늘나라에서 잠깐 소풍 나온 거 맞죠, 하느님?” 마르첼리나 천사가 웃으면서 하느님을 바라볼 때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저는 우리 엄마가 살아계실 때, 이모들하고 화투치는 모습이 제일 행복해 보였어요. 여럿이 모여서 화투를 치다가 패가 안 좋으면 나는 죽을 거야.’하면서 잠깐 쉬거나 멈추지요. 그러면 남은 사람들이 같이 화투를 치며 즐겁게 놀아요. 다음 판에 손에 든 패를 보고 괜찮으면 나 이번 판에서는 살 거야.’하면서 다시 어울려 한판 화투놀이를 하는 거예요.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죽었다가 살았다가 하는 모습을 보며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든 생각이에요. 사람이 죽고 사는 게 이렇게 놀이하듯이 가벼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세상의 모든 아픔은 서로 싸우다가 다치고 상처받고, 때론 끔찍한 고통의 기억으로 평생 괴로움에 허우적거리다 진짜 사망에 이르기도 하잖아요. 근데 화투판처럼 웃고 떠들다가 이번 판에서는 죽더라도 다음 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살아나 함께 어울려 웃고 떠들 수 있는 것처럼, 서로 부대끼며 살다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프거나 다치거나 고통으로 죽는 대신 훌훌 털고 서로 화해하며 평화롭게 사는, 우리 이모들 화투판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죽어도 죽지 않는 아이들 게임 같은 세상, 그게 하느님 바라는 세상 아닌가요?” 하느님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오늘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동아리별 사진 촬영이 있습니다. 이번 한 주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반갑게 만나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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