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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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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123(20240923)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9.22 조회수 26
첨부파일

제나온 백스물세 번째 편지, 2024923일 월요일에

 

8천의 우화 / 진명주

 

 

내가 덮고 누운 이 비단이불을 만들려고

8천의 번데기가 죽었다

마술에 걸린 오래비들을 구하려면

쐐기풀의 옷을 완성할 것

동화 속 길을 찾듯 고치 속 꿈을 깨우며

몸이 가녀린 종업원은 계속 실을 자았다

몽롱한 눈빛은 작은 몸을 뚫고

보드라운 실가닥을 꾸역꾸역 토해냈다

실가닥을 토해내던 불어터진 몸뚱이가

둥둥 나를 떠메고 간다

누에가 되지 못한 번데기가

퉁퉁 불은 손의 어린 누이가

흰빛 날개를 편 채 날아든다

8천의 우화를 가진

눈빛들이 밤마다 꾸루룩, 날아오른다

 

*우화(羽化) :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변하는 것.

 

 

▷ 굴뚝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여름에는 시원한 숲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노래를 섞어가며 구김살 없이 살았어요. 겨울이 오면 갈 곳 없는 그 아이는 굴뚝 근처에서 맴돌았답니다. 사람들이 아궁이에 불을 지펴 굴뚝도 따뜻했으니까요. 굴뚝 옆에 기대앉으면 아침에 속상했던 일도, 점심을 굶은 일도 모두 잊을 수가 있었지요. 깨어 보면 굴뚝을 보듬고 있었지만 꿈속에서는 오래 전 떠났던 동생을 만나고, 오래 전 잃었던 엄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굴뚝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엄마를 만나게 해주고 동생을 껴안게 해주는 따스한 굴뚝이 참말 사랑스러웠지요. 굴뚝에서 스멀스멀 풍겨오는 냄새까지 지독히 그리웠답니다. 엄마의 젖 내음 같기도 하고, 동생의 살 내음 같기도 해서 그만 참을 수가 없었대요. 하얀 연기가 국수다발처럼 피어오르는 어느 날, 굴뚝 속으로 작고 여윈 몸을 덜컥 던지고 말았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엄마도 만나고 동생도 만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도 만났다지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서 하늘나라로 올라갔다지요. 그래도 가끔은 앙증맞은 모습으로 굴뚝을 찾는답니다. 불꽃을 살라서 검게 타버리며 굴뚝을 덥혀준 지푸라기며 청솔가지들을 간절히 그리워한답니다. 팔만의 억겁 우화로 번뇌와 사랑을 사르며 온몸을 따뜻하게 달궈 그 아이를 껴안아준 토담에 기댄 굴뚝을. 지금도 잊지 않고 만나러 온답니다. 우화우화 소리 내어 우는 굴뚝새가 되어서. 팔만대장경 같은 굴뚝연기의 우화세상이라니요!

 

 

어제가 추분입니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분 이후부터는 차츰 낮이 짧아져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답니다. 기상학적으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도 추분 전후랍니다. 그동안 날씨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일을 잠시 미뤄둔 일이 있다면 이제 힘차게 일어나 봅시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힘을 내봅시다!^^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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