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08(2024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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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8.27 | 조회수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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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백여덟 번째 편지, 2024년 8월 28일 수요일에
탈바가지 하느님 / 송창우
청솔모가 도토리 곳간을 까먹고 왔다 갔다 하는 일 자벌레가 허리를 접었다 폈다 눈이 동그래지는 일 콩벌레가 건들면 또르르 공처럼 몸을 마는 일
그런 하느님도 실수 한 게 있다네 정말 재미지게 웃어보자고 사람 탈 쓰고 털썩, 세상에 내려온 일
▷ 숲속 절간까지 더위가 밀려왔어요. 부처님은 하는 수 없이 보살님들을 데리고 하느님나라로 피서를 갔어요. 하느님은 부처님을 보자마자 힘껏 껴안았어요. 부처님도 사람들 아우성 기도소리 때문에 당신만큼 힘든 줄 잘 알 테니까요. 이내 쉴만한 곳으로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안내한 하느님이 김밥천국에서 내온 김밥을 간식으로 먹으면서 물었어요. “부처님, 요즘 사람들은 무슨 기도로 부처님을 귀찮게 하나요?” 부처님은 손사래를 쳐가며 말했어요. “어휴, 말도 마세요. 수능100일 기도, 취직기도, 복권 당첨 기도 등등 온갖 산 사람 기도도 가관인데, 죽은 사람들까지 나서서 백일기도 천일기도도 아니고, 백년기도 천년기도로 어찌나 저를 괴롭히는지 죽지 못해 살고 있답니다.” “아니, 죽은 사람들까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느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부처님이 끼어들었어요. “별의별 사람 많지만 그중 노벨이라는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 말인가요? 그 사람은 노벨상을 만들어 인류 발전과 평화에 이바지한 사람이 아닌가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자기가 만든 노벨상을 없애달라고 난리지 뭐예요.” “어째 그런 일이?…” “저도 처음에 제 귀를 의심했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이해할 만도 하더라고요. 자기가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인간을 죽이는 무기가 되는 걸 보고 땅을 치며 후회하고 유언으로 만든 게 노벨상이잖아요? 그런데 그 노벨상이 인류문명을 발전시키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 되다 보니, 인간만 빼고 나머지 세상은 몽땅 다 죽게 생겼다면서 제발 노벨상을 없애달라는 거예요.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같이 따라 죽는 것도 모르고 끝없이 개발하고 발전하고 더 많은 돈 버는 일에만 눈이 먼 인간들이 경제부흥이네 발명과학이네 하면서 자기가 만든 상 때문에 자연이고 인간이고 모두가 다 죽게 생겼다면서요. 모두를 정신 차리게 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실 저도 기후라는 아이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기후 변화, 기후 위기, 기후 재앙으로 인간들 모두가 자기 탓만 한다며 죽고 싶다는 거예요.” “기후가 괴로워서 자살하려고 한다는 ‘기후 자살’ 소문이 하느님나라에서 퍼진 거로군요? 근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극성을 부리며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데, 코로나 아이들은 왜 인간의 몸속까지 찾아온 거예요?” “쉿,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제가 사람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들면 가장 멋지고 완벽하게 만들까 고민 고민하다가 제 모습을 그대로 본따서 사람을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야생동물 삶터가 모두 사라지니 더 이상 갈 데 없어서, 가장 안전한 사람들 몸속으로 피난을 한 것이로군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사람들 품속엔 하느님과 코로나바이러스가 같이 지내고 있으니 둘이 타협을 하겠지요? 마스크대신 방독면을 쓰고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서로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 “빙고!” 나지막한 하느님 손나팔에 부처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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