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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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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79(20240705)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7.04 조회수 13
첨부파일

제나온 일흔아홉 번째 편지, 202475, 금요일에

 

소면 / 류시화

 

 

당신은 소면을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

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

봄날의 번개처럼

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

이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

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

이 나무 아래 빈 의자 앞에 늦도록

앉아 있으리라

이것이 그것인가 이것이 전부인가

이제 막 꽃을 피운

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단 하나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

두 육체에 나뉘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원한 휴식인가 아니면

잠깐의 순간이 지난 후의 재회인가

이 영원 속에서 죽음은 누락된 작은 기억일 뿐

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로워하는 것이다

저녁의 환한 살구나무 아래서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중에서-

 

 

▷ 하느님이 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천사들과 잔치국수를 먹고 있었어요. 매미 허물이 평상 아래에 떨어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젓가락을 놓은 하느님이 천사들에게 물었어요. “생명이 있는 것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한답니다. 온 힘을 다해서 입을 달싹거리지만 다들 알아들을 수가 없지요. 근데 그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무슨 말일까요?”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아마도 탄식 아닐까요? ‘에구, 쯧쯧, 아이고등등의 한숨소리일 거예요. 하고 싶은 것을 맘껏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서 내지르는 한탄스러움 아닐까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탄식도 있겠지만 안도의 한숨이 많지 않을까요? 마치 산 정상에 올라 땀을 닦으며 하는 말. 이 험난한 세상을 마지막으로 끝내고 걱정 근심이 없는 평안한 세계로 건너간다는 다행스러움이 묻은 말. ‘, 다 왔어, 끝이야, 다행이야라는 말들 아닐까요?”마리아 룻 천가가 말했어요. “탄식도, 안도의 말도 있겠지만, 황혼녘에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뒤돌아보면 세상이 얼마나 멋지겠어요. 이제 곧 잠자리에 육신을 쉴 것을 생각하면 내가 걸어왔던 길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멋졌어, 참 좋아, 최고야등등의 감탄사를 마지막 날숨과 함께 내보내지 않겠어요? 비록 너무 작고 가늘고 부드러워서 우리가 알아듣지 못해서 그렇지마는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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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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