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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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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편지69(20240620)
작성자 송창우 등록일 24.06.19 조회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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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예순아홉 번째 편지, 2024년 6월 20일, 목요일에

 

미안하다 미안하다 / 박영희


 

혼자 거닐었던 길 오늘은 둘이 걷는다

 

이야기 주고받느라 보폭 맞추느라

가리키는 곳 보아주느라 놓았던 손 다시 잡느라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암수 다정한 아름드리 은행나무 지나면 배롱나무,

살결이 고와 하냥 쓰다듬어 주고 싶은 배롱나무 지나면 산딸나무,

한눈 파느라 엄마 손 놓친 흰 아기구름처럼 꽃피는 산딸나무 지나면 개나리울타리,

개나리울타리 지나면 지지난 해 봄 공익요원들이 옮겨 심은 모과나무…….

 

차마 말은 못하였을지라도 서운하긴 했을 것이다

 

즐거운 세탁박영희 시집, 애지, 2007

 

 

 어느 해 가을이 되어서, 하느님이 천사들과 방아를 찧으러 갔어요. 봄여름가을 내내 농사지은 나락을 말려서 방앗간에 가져다 놓았는데 오늘 1년 먹을 양식을 찧게 되었지요. 현미와 5분미를 빼고, 아홉 번 깎는 9분미인 일반미를 빼서 차곡차곡 부대에 담았어요. 하루 먹을 양식도 근근이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니 하느님 마음이 아파서 한 말씀 하셨지요. “사는 게 참 미안한 일이에요.” 그러자 세실리아 천사가 말했어요. “양식을 쌓는 것처럼 지식을 쌓는 일도 미안한 일이에요. 아는 게 힘이 아니라, 아는 만큼 미안함만 커져 가는 것 아니겠어요? 배울수록 나눔이 커져야 하는데, 배울수록 배 불리는 일에만 신경을 써서 죄만 커지니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소리들이 아이들을 벼랑으로 모는 무서운 채찍소리로 들리는 듯해요.” 마르첼리나 천사가 말했어요. “하루 세끼를 먹고 사는 일도 미안한 일이에요. 하루 한 끼나 두 끼니로 사는 순한 짐승들도 많은데, 꼬박꼬박 세끼를 챙겨 먹고, 미식가가 되어 맛집을 찾아다니며 호사를 누리는 일로 세상이 얼마나 요란한가요. 우리가 먹방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천둥벼락을 맞는 것처럼 두려움에 떠는 사육동물들도 생각해 보는 양심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마리아 룻 천사가 말했어요. “사랑에 빠지는 일도 미안한 일이 아닐까요? 사랑은 눈을 멀게 해서 사랑하는 사람밖에는 볼 수가 없고, 귀를 멀게 해서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하고, 심장마저 한 사람을 위해서 뛰게 하는 위험한 순간 아니겠어요? 배움을 쌓을 시간도, 나눔을 실천할 여유도 사랑의 아집과 독선에 빼앗겨 애오라지 한 가지 것에만 목숨을 바치려하는 미련함이라니요. 하느님이 만드신 구름과 바람과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의 마술까지도 지나치는 무신경이라니요. 어쩌면 하느님이 만드신 최고의 실패작이 사랑 아닐까요?” 천사의 말을 듣던 하느님이 말했어요. “글쎄요. 나락 한 알과도, 낙엽 한 장과도, 벌레소리 한 토막과도 순간순간 사랑에 빠져 살다 보니 뭐를 잘못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나 어떡하면 좋을까요, 천사님들?…ㅠㅠ

 

 

전북제일고 축제(어우두리)726일 열립니다. 예선 신청은 624일까지이며, 예선 심사는 73(수요일) 160분부터 시청각실에서 합니다. 결과는 74일 발표합니다.

 

축제 사회자를 모집합니다. 624일까지 네이버 폼으로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사회자 심사 일정 및 결과 발표는 축제 예심 결과 발표와 같습니다.

 

학생회장 선거가 726일에 실시됩니다. 624일에서 28일까지 후보등록 기간입니다. 많은 지원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생활안전부에 문의하세요!

 

 

학교생활 중, 친구나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보내주거나 제나온 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을 보내주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내용에 따라 선별하여 본인 허락을 받은 후,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즉시 달려가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 songbee1223@hanmail.net (본관 동쪽 3층 생활안전부)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https://school.jbedu.kr/jbjeil)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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