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23(2024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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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4.10 | 조회수 |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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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스물세 번째 편지, 2024년 4월 11일, 목요일에
나의 고양이, 다윤에게/ 나희덕
다윤아, 지금도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집에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해 미안해 엄마, 아빠, 언니, 잘 지내고 있는지…… 너무 보고 싶어. 내가 사랑스럽게 가르릉거리는 소리도 듣고 싶고.
다윤아, 넌 그 사이에 예쁜 새끼들을 낳았겠구나. 몇 마리 낳았는지, 이름은 뭐라고 지었는지, 무럭무럭 잘 크는지? 네가 내 동생이니, 나도 조카들이 여럿 생긴 셈이네. 자세히 보렴, 나와 닮은 녀석이 있는지? 그 녀석을 특별히 사랑해 주렴.
내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시던 아빠. 내 두 볼에 쏘옥 들어가던 보조개를 좋아하시던 아빠, 생일에 EXO 음반도 사 주신 멋쟁이 아빠, 말 잘 듣는 조건으로 다윤이를 선물해 준 것도 아빠였죠. 아빠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멋진 기타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워요, 아빠.
우릴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엄마, 내가 부은 손을 꼭꼭 주물러 드리던 거 기억나세요? 가슴에 꼬옥 안고 자던 손, 엄마의 정직한 손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이아 반지 끼워 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엄마.
나의 다정한 보호자였던 언니! 이따금 다투기도 했지만, 언니의 잔소리가 이젠 그리워. 뚱뚱해질까 봐 밥 좀 그만 먹으라고 늘 말렸지. 걱정 마, 여기선 아무리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으니. 나를 챙겨 주었던 것처럼 언니는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가 될 거야. 식구들, 친구들, 그리운 얼굴들, 오늘 이렇게 둘러앉으니 난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픔 속에서도 한 살씩 나이를 먹고 마음의 나이테도 하나씩 늘고 서로 이해하고 그리워하는 법도 알게 되겠지요.
나는 친구들과 잘 지내요. 우린 새로운 세상에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지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어른들도 없구요. 물론 시험 걱정도 없는 세상이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껏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그러니 제 걱정은 그만하고 잘 지내세요. 말괄량이 소녀가 이렇게 활짝 웃고 있으니까요.
다윤아, 오늘은 꼭 가도록 할게.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오늘은 바로 내 생일이니까.
♣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삽니다. 밤하늘에는 밤별들이 모여살고요. 팽목항 앞 바다에는 부레도 없고 아가미도 없는 사람들이 물속에서 모여 삽니다. 친구가 아직 배 안에 있다고, 우리 선생님이 아직 ‘나가라’고 소리 치고 있다고,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있다고 마냥 기다리며 천국문도 외면하는 304분의 별들이 키조개마냥 바다 속 뻘밭에 박혀 있습니다.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니 아직도 그곳에서 파도가 되어 우리에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어서 더 이상 우리 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이 땅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그때까지는 우리도 이곳에서 파도가 되어, 태풍이 되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차갑고 캄캄한 바닷물에 갇힌 채, 닷새만 지나면 십년 세월로, 오늘이 삼천 육백사십오 일째라니요! 꽃을 태우고 떠난 봄날은 다시 꽃을 싣고 우리 앞에 돌아왔건만 수학여행을 떠났던 여객선 세월호는 노란 잠수함이 되어 가라앉아 아직도 온전하고 명명백백한 진실이 없다며 지상에 솟아올라 하늘로 떠오르지 못하는 듯합니다. 화요일에 엄마 곁을 떠나 금요일엔 돌아와서 엄마랑 칼국수를 먹자고 했는데, 화요일에 아빠 곁을 떠나 금요일엔 돌아와서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린다고 했는데, 수요일 아침에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빠져나오라’고 보낸 엄마의 카카오톡에는 아직도 1이라는 숫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다 마르고 나면 ‘팽목’이란 소리가 ‘행복’이란 소리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엄마아빠의 눈물도 그칠 새가 없는 삼천 육백사십오 일이라니요…! 그때 당시 우리 또래였던 단원고등학교 250명의 학생과 11분의 선생님, 그리고 일반인 43명, 모두 304분의 별이 된 영혼들은 아직도 우리를 기억해 달라며 애원하고 있는 목소리가 봄밤의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들리지 않나요? 그분들이 지옥 같은 지상의 마지막을 기억에서 지우며, 평안히 영면하시기는 그날을 위해서라도 사월에 피어나는 꽃봉오리 수만큼, 떨어지는 꽃잎 숫자만큼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라는 기도소리를 멈출 수 없을 듯합니다.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때까지 당신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억울한 참사의 진실이 떠오르는 그날까지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 마음 치유 도우미(상담실) : 전북제일고 심리 전문상담교사 곽소라 063-840-9769(익송관3층 상담실)
▷ 학교생활 도우미 : 전북제일고 위클래스 담당교사 송창우 010-7163-7249(본관 3층 생활안전부)
▷ 제나온편지에 대한 답장이나 소감문 등 피드백을 해주시는 친구에게는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드리고 피드백 내용에 따라서 제나온 편지에 싣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또한 학교생활 중 궁금한 일, 함께 하고 싶은 일,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문자나 전화로 노크해 주시면 즉시 활짝 문을 열어 환대하겠습니다!
▷ 익산 청소년 신문 <벼리> 편집위원을 모집합니다. <벼리>는 익산의 청소년-중학교, 고등학교-들이 자신들의 정서와 문화를 직접 담아내어 공유하고 공감하는 유일한 청소년 연합 매체로 성장해왔습니다. 최근 편집위원이 모집되지 않아 폐간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손발로 가감 없이 써나가는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갈 패기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익산시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편집위원을 모아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시기라서 일단 전북제일고 학생들 대상으로 인원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은 학생은 생활안전부 송창우 교사(010-7163-7249)에게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오시면 기꺼이 마중하겠습니다. 편집위원 활동은 학교 내에서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정보 나눔으로 <벼리>를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글은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홈페이지→학생마당→제나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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