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온 편지18(2024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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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창우 | 등록일 | 24.04.03 | 조회수 |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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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온 열여덟 번째 편지, 2024년 4월 3일, 수요일에
신나는 악몽/ 박성우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 <<난 빨강/ 박성우/ 창비>>에서
♣ 시험을 치를 때 인디언들은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눈답니다. 어려운 문제는 혼자서 풀 수가 없을 테니까요. 예수님도 시험에 빠졌을 때는 하느님 아버지를 부르면서 애원했지요. 제발 시험을 벗어나게 해달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기도를 해도 시험을 잘 볼 턱이 없고, 누구에게 시험을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외려 기도할 시간에 1분이라도 더 공부하라고 합니다. 어쩌다 도와달라고 했다가는 커닝을 했다고 빵점을 맞을지도 모른답니다. 그러니 시험보다 더 우리를 갉아먹는 건 우주를 다 뒤져봐도 없을 듯합니다. 고릴라보다 무섭고 능구렁이보다 더 징그러운 시험의 잔혹사라니요! 시험을 벗어나려면 지구를 벗어나는 외계인이 돼야 하는 세상의 아찔한 분위기라니요! 분명코 시험은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괴물이 틀림없는데 어른들은 시험만 잘 보면 괴물 같은 인생도 용서가 되는 자비로운 세상입니다. 그러니 시험 보는 날 핵폭탄 날아다니는 3차 대전이 일어나도, 대왕문어 머리를 한 외계인이 쳐들어와도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킥킥킥 어찌 웃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시험에서 벗어날 일은 지구를 탈출하는 일보다 어렵겠으니 시시때때로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1차고사, 2차고사를 어찌할까요? 게임에 빠져도, 사랑에 빠져도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시험에서만큼은 벗어날 수 없는 청춘이라니…. 아하, 꿈은 반대라는데 악몽이 현실에선 찍기의 행운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가져볼까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가엾은 내 청춘, 안타깝고 가련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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