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국어 수행평가 -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줄거리 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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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 등록일 | 22.11.28 | 조회수 | 254 |
1.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원하는 것을 받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손님을 대하는 방식이다. 인생이란 여정 손님들도 복잡하지만 주고받는 무언가가 있다. 친절이든, 사랑이든, 신뢰든. 하지만 더러 송신로가 꼬여버리는 때가 있다. 더욱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잦아진다. 2. 사람은 차가운 존재이나 동시에 뜨거워야 한다. 그 본질은 꽁꽁 언 이성의 냉기에 달려있지만, 그 사이 공간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온’이리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고, 판별, 결정이지만. 남과 맞닿음에 있어 감정, 대화, 사랑은 빠질 수가 없으리라. 냉담하고 유용한 사회에 맞춰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그 적응에 있어 필요한 점들만 챙겨간다.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리란 말로 오히려 그 사랑을 억누른다. 불편한 편의점은 기억을 잃은 노숙자 ‘독고 씨’의 환경 중심에서 서술되기 시작한다. 첫 부분부터 편의점 사장 염영숙의 고마움과 일부 자비로움으로 얼떨결에 편의점 직원이 되어버린 노숙자의 이야기라니, 다소 특별해 보이지만 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다. 같은 편의점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며 독고 씨를 챙겨주던 시현은 독고 씨의 독려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스카우트를 받아 이직하게 되고, 다른 직원 선숙 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게임만 하는 아들과 갈등을 빚다 독고 씨의 조언으로 대화를 나누고 극복하게 된다. 회사에서 영 힘을 못 쓰고 있는 경만 씨는 딸들의 사랑을 찾아 멀어 보였던 가정과의 거리를 좁히게 되고, 흥신소 직원 곽 씨는 독고 씨를 쫓다 들켜... 어찌저찌 걱정하던 노후에 편의점 자리를 맡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독고 씨의 아픔과 그 쓰디쓴 과거는 사랑의 부재에서 비롯됨이 드러나고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물론 마지막 부분은 개인의 해석에 따라 무엇이 문제인지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 김호연이 이 소설에 주입한 일상에서의 장면들을 생각하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특별한 사건들 속에서 우리들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온 이곳, ALWAYS 24 편의점은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독고 씨가 아니어도 괜찮다. 스스로든,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아니든 대화를 통해 눈에 들어오지 못했던 사건의 다른 곳에서 그들의 진심을 터놓고 말한다. ‘대화’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 형식적인 대화도 아니고 자기 생각 늘어놓기 바쁜 푸념도 아니고 서로 감응하는 것. 이런 대화가 우리 주변에 몇 될까. 사랑으로 빚어진 피조물이 사랑을 내뱉지 않는 것은 자신을 드러낼 때 딸려 나가는 나약함 때문인가? 서로를 드러낼수록 나나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때로는 사랑한다는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그래서 감쌀수록, 껍데기를 덧붙일수록 그 형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리곤 한다. 우리는 잠깐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느린 불행을 택하곤 한다. 우리는 그것이 ‘사랑’ 때문이었다 둘러대곤 한다. 편의점은 그 껍데기의 마지막 지점이 어디였는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그것을 풀게 한다. 껍데기에 달라붙은 미련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비로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형체로 돌아간다. 어쩌다 꼬여버린 그 스텝이 만들어낸 소리, 그 마지막에 퍼져나가는 잔향이 “미안합니다”건 “고맙습니다”건 이제는 진정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바꾼 기억이 있는가? 3. 글을 쓰는 필자도 생각보다 자주 그런 것 같다. 순간에 귀찮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욕보이고 싶지 않아서,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일이 태반이다. 제 딴에는 눈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그냥 나 편하게 하자고 아니면 이 정도는 괜찮을 거란 의도였다. 어쩌면 이따금 생기게 되는 결핍이란 것도 내가 찾지 않아서 생긴 걸지 모르겠다. 4. 시간이 늦어 비몽사몽 한 새벽이 되었다. 이쯤 노래 하나를 고르라는 게 생각이 나서, 지금 소개해야겠다. 분명 초록에서 Kanye West의 Ghost Town (feat.PARTYNEXTDOOR)를 꼽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걸 써 보고 싶다. 독고 씨가 아닌, 독고 씨를 떠난 이들의 노래이다. ‘알리바이 - 언니네 이발관‘ 은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에 수록된 6번째 트랙이다. 가사가 다소 난해할 수는 있지만, 알리바이가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 임을 담아놓고 본다면 내가 이해한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흥건히 쏟아져버린 물 나는 떨고 있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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