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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성자 *** 등록일 14.11.03 조회수 405

건강한 생존을 돕는 오감

신은 왜 인간에게 보고(視), 만지고(觸), 맛보며(味), 냄새 맡고(嗅), 듣는(聽) 오감을 주었을까? 아마도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이 건강하게 생존하게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수백만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중 짠맛, 쓴맛, 신맛, 단맛,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味覺)은 먹을 수 있는 영양분과 먹을 수 없는 독성분을 구별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미각세포들은 음식의 양이나 종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생존을 위해 비교적 많은 양이 필요한 탄수화물이나 소금의 경우는 농도가 높을 경우라야 짜거나 단 맛을 느낄 수 있는 반면, 몸에 독이 될 수 있는 성분은 아주 미량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다.

미각의 불균형이 질병을 부른다

그런데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미각 또한 나이 들수록 둔해진다. 노인들의 경우 짠 맛에 둔감해져 전해질 불균형이나 혈압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상한 음식을 모르고 섭취한 후 탈이 나는 사례가 있다. 특히 미각이 둔해지면 대부분 후각 장애도 동반되는데 알러지성 비염, 상기도 감염, 파킨슨병이나 약물복용에 따른 부작용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 밖에 암이나 감염 등의 질병이 있을 때도 후각이나 미각과 함께 식욕도 떨어져, 원치 않는 체중 감소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맛있는 것을 잘 느끼고, 먹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신체 모든 장기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잘 발달된 미각은 생존을 위한 영양소 섭취나 독을 구별하게 할 뿐 아니라, 음식을 섭취하며 느끼는 즐거움(pleasure)도 배가 시킨다. 예를 들어 단 음식을 섭취했을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당을 흡수해 허기를 줄여줄 뿐 아니라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두뇌로 운반해,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절제가 잘 안 되거나, 지나치게 미각이 약해지고 식욕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 즉 ‘미각이 균형을 잃은 때’이다. 미각이 지나치게 발달해 식탐을 절제하지 못하게 되면 비만과 더불어 비만 관련 암(폐경기 이후의 유방암, 신장암, 대장직장암, 전립선암 등),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덤으로 얻게 된다. 반대로 미각이 떨어져 입맛을 잃게 되면 젊었을 때에 비해 근육이 줄고 장기가 노화될 수 있다. 더구나 적절한 음식 섭취와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60대 이후 노년기에는 미각의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단순한 체력 저하를 넘어 간, 폐 등 이상이 생기기 쉬운 장기부터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게 되기 때문이다.

오감을 동원하면 미각도 살아난다


그렇다면 건강의 기본인 미각을 예민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칠 정도의 과로를 피한다. 음식 섭취와 운동량, 일과 휴식의 균형이 깨져 피로해지면, 보고도 무엇인지 듣고도 무슨 말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길 뿐 아니라 미각 또한 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각이 둔해지면 맛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없게 되고, 식욕과 함께 삶의 의욕도 떨어진다. 둘째,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어 침샘 기능이 떨어지면서 미각과 식욕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단, 이런 노력이 뒷받침된다 하더라도 노약자의 경우는 온도, 습도 등 환경 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는 수백 만년 전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오감’에 의지하는 것이 좋겠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 속담처럼, 좋아하는 향과 색깔, 모양을 살린 음식으로 입맛을 돋우는 한편, 음악을 곁들이거나 식사 분위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분이 호전되면 소화 흡수는 물론 전반적인 신체의 기능도 좀더 원활해질 수 있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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