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여러분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살얼음 위를 걷는 듯 가슴 졸이며 보낸 한 학기였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전에 없던 새로운 규칙이 생겼으며, 서로 맨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항상 마스크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김제여고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키우고 진로를 모색하며 활기차게 생활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새삼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함만복 시인의 ‘나를 위로하며’라는 시를 보내고 싶습니다.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시인은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처럼 나부끼는 마음을 다독이며 어떤 경우에도 지향을 잃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삶은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뜻밖의 장애물도 만나고 방향감각을 상실하기도 하며 게으름이라는 섬에 갇히기도 합니다. 지체할 수도 있고 에돌아 갈 수도 있지만 기어코 가야할 곳을 지향하는 것이 삶의 지혜일 것입니다.

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모래시계와 같습니다. 손목시계나 핸드폰 속 시계처럼 무한하게 흐르는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유한하기에, 한정되었기에 더 소중한 게 삶입니다. 삶의 전체에 비춰본다면 겨울방학은 굉장히 짧은 시간일 겁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면 여러분의 삶에서 결코 작지 않은 시간이 됩니다.

겨울방학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여러분이 앉고 싶은 꽃송이를 찾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꽃송이를 향한 김제여고 학생들의 힘찬 날갯짓에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0. 12. 24.

김 제 여 자 고 등 학 교 장 김 선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