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


활용도를 높이는 디자인

이름 송민주 등록일 14.11.20 조회수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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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를 높이는 디자인 쓰레기를 줄이는 현명함

지구 자원을 아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건의 활용성을 높이는데 있다. 물건의 활용성이 높아지면 그 만큼 물건의 수명이 늘어난다. 물건의 수명이 늘어나면 버려지는 쓰레기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에코 디자인이란 단지 버려진 물건을 다시 재활용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현명한 것은 물건이 버려질 때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즉 최초 물건을 제작 시 쓰레기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한 여러 용도로 활용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나 손쉽게 참여 할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만들어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침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재활용을 하는 것이 아닌 재활이 되게끔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공간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끔 해야 한다. 물론 어렵지 않게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손 쉽게 참여하게 하기 위해선 물건을 제작할 때 더욱 치밀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보태 져야 한다. 세계의 다양한 에코 디자인을 통해 함께 영감을 얻어 보자.

포장지가 되는 잡지

주로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wrap magazine’은 표지와 속지 모두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하다.
<제공: www.wrapmagazine.com>

우리가 어렸을 적 책을 포장할 때 자주 애용했던 것이 바로 잡지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이 담긴 잡지를 뜯어 교과서를 포장할 때 썼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이들이 잡지를 그냥 버린다. 솔직히 예쁜 잡지를 활용해 보고픈 충동이 있어도 가위로 일일이 잘라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 과정도 걸린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영국의 디자인 잡지 wrap magazine은 일반 잡지와 달리 붙임 제본이 되어 있지 않다. 그냥 잡지가 겹겹이 접혀 있을 뿐이다. 바로 잡지를 포장지로 활용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주로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wrap magazine’은 표지와 속지 모두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냥 버리기에는 확실히 아깝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해 포장지로 재활용 될 수 있도록 편리한 제본을 택한 것이다.

잡지의 성분 역시 100% 재생 용지를 활용했다. 또한 잉크는 FSC(산림관리협의회 Forest Stewardship Council)인증을 거친 식물성 잉크만을 사용해 환경에 무해 하다. <제공 :www.wrapmagazine.com>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포장지라 해도 믿을 정도로 예쁜 색감이 돋보인다. 그림의 사이즈 역시 다양하다. 보통 한 페이지가 모두 하나의 그림일 경우는 그대로 쓰면 되고, 그림이 작거나 나누어져 있을 경우 그림 마다 절취선 이 들어가 있어 쉽게 뜯어 사용 할 수 있도록 했다. wrap magazine은 지난 2010년 디자이너 크리스 해리슨(Chris Harrison )과 폴리 글라스(Polly Glass)에 의해 창간 되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편씩 쏟아져 나오는 주, 월간지들의 홍수 속에서 버려지는 종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매거진을 창간하게 됐고 잡지를 창간 함과 동시에 보다 더 창의적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연구한 것이다.

잡지의 성분 역시 100% 재생 용지를 활용했다. 또한 잉크는 FSC(산림관리협의회 Forest Stewardship Council)인증을 거친 식물성 잉크만을 사용해 환경에 무해 하다.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도까지 모두 환경을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또한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다른 일반 잡지와는 달리 재활용 가능한 잡지라는 컨셉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는 것이다. 창간과 동시에 전 세계 100군데 매장에서 판매 되고 있다. 더욱 재미난 것은 잡지 용도로 구매하는 고객도 있지만 놀랍게도 포장지 용도로 구매하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포장지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가 그 이유이다. 오히려 전문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담겨있어 일반 포장지에 비해 더욱 고급스러워 보이기 까지 하다. 보기 위한 잡지에서 활용을 위한 잡지로의 진화이다. 환경을 위한 배려가 일반 잡지와는 다른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즉 wrapmagazine 의 핵심 성공 요인이 된 것이다.

바람을 불어 넣은 소파

폴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말라포르(malafor)에서 제작한 소파 <제공: www.malafor.com>

사실 최대한 자원을 아껴 제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어느 물건 이던지 최소 필요한 자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도 물건을 만들 수 있다. 폴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말라포르(malafor)에서는 자연의 에너지로 소파를 제작했다. 바로 바람을 불어 넣어 사용할 수 있게끔 제작한 것이다. 이 소파의 이름은 블로우 소파(blow sofa,) 언제든지 필요할 때면 바람을 넣어 사용하고 불필요할 때는 바람을 빼고 접어 놓으면 그만이다. 공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또한 쉽게 접어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언제 어디서든 활용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일반 의자나 소파의 경우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블로우 소파는 언제든지 가볍게 휴대하고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소파뿐 아니라 휴대용 베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재질은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쉽게 파손 되지 않는다. 디자인 또한 세련되고 깔끔하다. 캠핑이나 여행시에 활용하면 더욱 좋을 아이디어이다.

100% 재생지로 만든 소파 <제공: www.malafor.com>

말라포르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100% 재생지로 만든 소파도 선보였다. 두꺼운 재생지로 쉽게 찢기지 않도록 설계 되었다. 마찬가지로 사용시 바람을 넣어 사용하고 보관시에는 바람을 빼고 접어두면 된다. 역시나 무게가 가벼워 어디든지 휴대하고 다닐 수 있다. 무게 중심이 기울지 않도록 철제 받침대와 끈이 함께 들어 있다. 이를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고 베개 용도로 활용할 때는 바람만 넣어 사용해도 무방하다. 또한 낮은 원가로 인해 일반 소파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아이디어이다. 더욱 재미난 것은 소파가 파손되거나 더러워 졌을 때 종이만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교체해 주면 된다. 무엇보다 종이 외에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블로우 소파는 지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당시 폴란드관에 전시 되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2012년 ‘폴란드의 젊은 디자인’을 통해서 일찍이 국내에도 소개 된 바 있다.

재활용을 위한 아이디어 상자

미국에서 활동중인 산업 디자이너 패트릭 성(Patrick Sung)이 개발한 상자 디자인 ‘UPS(Universal Packaging System) <제공: www.toxel.com>

가끔 상자 포장을 할 때면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포장한 물건에 비해 박스가 너무 크거나 또 물건 자체의 모양이 일률적이지 않을 때 그렇다. 대부분의 포장 상자는 사각형으로 되어 있어 네모난 모양의 물건을 포장할때는 편리하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건의 경우 상자 공간이 남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포장을 잘못하면 덜렁 거리거나 상자 속 포장된 물건이 파손될 위험도 높다. 그렇다면 이런 포장 상자는 어떨까? 미국에서 활동중인 산업 디자이너 패트릭 성(Patrick Sung)이 개발한 상자 디자인 ‘UPS(Universal Packaging System)’ 이다. 상자 표면에 각각 네모난 모양의 선을 넣고 또 이 중간에 엑스 모양의 점선을 넣었다. 손쉽게 접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상자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물건 모양을 따라 이리 저리 변해 어떤 물건을 포장하든지 크기를 맞출 수 있어 편리하다.

불필요한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 디자인의 진짜 장점은 박스의 재활용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제공: www.toxel.com>

보통의 상자 포장지처럼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모양을 변동시킬 수 있는 점이 참신하다. 불필요한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 디자인의 진짜 장점은 박스의 재활용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포장 박스를 사용한 후 그냥 버리기 보다는 각종 잡동사니를 포장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택배를 보내거나 이삿짐을 포장 할 때는 기존 사각형 모양으로 활용하고 집안에서 물품을 보관 할 때는 물품에 맞추어 활용한다면 어떨까? 물론 정리하기 나름이지만 말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과연 몇 개의 물건을 소비 할까? 아마 그 누구도 쉽게 세어 보지 못할 것이다. 그 만큼의 자원은 날마다 소모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원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굳이 옛 선인들의 검소한 삶을 되 집지 않아도 그 소비의 개수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바로 디자인을 통해서 말이다. 디자인에 환경을 위한 배려를 담을 때 그것은 가능해진다. 또한 물건 자체를 재활용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건의 씀씀이를 확대하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쉽게 참여 할 수 있도록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인해 물건은 폐기 되는 과정까지 가능한 많은 시간 동안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이 어쩌면 진정한 명품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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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 에코크리에이터
대학 전문 주간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문화기획자, NGO 활동가로 일했다. 아름다운가게 기획팀장과 에코디자인사업국장을 거쳐 현재는 에코 크리에이티브 및 공익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친환경 문화 블로그 ‘꿈으로 보는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코크리에이터(미래경제를 선점하는 착한 혁명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