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윌리엄 홀리(Robert William Holley, 1922~1993)
로버트 홀리미국
미국의 생화학자.
1947년 코넬 대학교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48년에 조교수가 되었으며, 1962년에 생화학 교수가 되었다. 1969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부교수가 되었다. 유전암호를 읽어 내어 단백질의 문자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가진 ‘전령 DNA’를 얻어 내고 그 화학 구조를 밝히는 데에 성공하였다.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도 활동하였다.
하르 고빈드 코라나(Har Gobind Khorana, 1922~)
고빈드 코라나미국
인도 태생 미국의 생화학자.
펀자브 대학교에서 공부하였으며, 영국으로 이주하여 1948년에 리버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48년에 취리히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알렉산더 토드 교수의 특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핵산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에 위스콘신 대학교 교수가 되었으며, 1971년부터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공동 수상자인 마셜 니런버그와 함께 모든 유전암호를 해독했다.
마셜 워런 니런버그(Marshall Warren Nirenberg, 1927~)
마셜 니런버그미국
미국의 생화학자.
플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1952년에 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57년에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메릴랜드 주에 있는 베데스다 국립보건연구소 연구원이 되었다. 1965년에는 국립 과학 메달을 받았다.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도 활동하였다. 공동 수상자인 코라나와 함께 모든 유전암호를 해독했다.
노벨상 시상 연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868년 가을, 스위스의 젊은 내과의사 프리드리히 미셰르 박사는 세포핵에서 새로운 화합물을 분리하고 이것을 뉴클레인으로 명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이것을 핵산이라고 부릅니다. 이보다 2년 앞서 체코 브루노의 그레고어 멘델이라는 수도사가 수행한 몇 가지 간단한 실험도 미셰르 박사의 연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었습니다. 완두콩을 이용한 멘델의 이 실험은 유전 형질이 개개의 독립된 유전자로 포장되어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미셰르 박사보다 앞서 진행된 이 멘델의 실험에서 유전학은 시작되었습니다.
핵산과 유전자는 원래 분리된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모두 생명의 암호라 불리는 유전암호 연구에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유전암호 연구에 공헌한 홀리 박사님, 코라나 박사님, 그리고 니런버그 박사님께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여하게 되었습니다.
19세기는 노벨상이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이 제정되고 난 뒤에도 핵산과 유전자의 발견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셰르 박사의 연구 결과는 그가 사망한 1890년 이후에야 비로소 자세하게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1866년 멘델의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도 이 연구는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곧 잊히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오랜 시간 유전자와 핵산의 연관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5년 전에도 핵산은 소수의 과학자들만이 연구하는 침체되어 있는 학문이었습니다. 여기에 관심을 가진 소수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아이나 함마르스텐 교수입니다. 그의 선견지명은 초창기 몇몇 스웨덴 과학자들이 수행했던 중요한 연구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핵산의 생물학적 중요성을 증명한 토비언 캐스퍼슨 박사는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핵산에 관한 연구는 점차 무르익어 갔습니다. 그러던 1944년, 미국의 과학자 에이버리 박사는 어떤 세균의 핵산을 분리하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세균에게 유전형질을 옮기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유전자가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에이버리 박사의 발견은 주로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생화학적인 연구에 영향을 주었고 여기에서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분자생물학은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1958년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오늘의 수상이 벌써 다섯 번째라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유전암호는 무엇이며, 이것을 생명의 암호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산은 매우 복잡한 분자이지만 그 구조에는 어떤 규칙성이 있습니다. 핵산은 제한된 양의 작은 단위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핵산을 언어라고 한다면 작은 단위체들은 언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산이라는 언어가 유전 특징을 묘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눈,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눈이 파란색인지 갈색인지, 또는 우리가 건강한지 병들었는지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바로 핵산입니다.
우리 세포에는 또 하나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단백질을 표현하는 이 언어도 역시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위체, 즉 문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세포는 수많은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단백질들은 정상적인 생체 활동에 필요한 모든 화학반응들을 도맡아 수행하며 각 단백질은 특정 핵산이 합성합니다. 예를 들어 갈색 눈을 가진 아이는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고, 바로 그 유전자는 갈색 눈이 표현되도록 특정 단백질, 즉 어두운 색소의 형성을 지시합니다. 즉 단백질의 화학구조는 핵산의 화학구조로 결정됩니다. 이 말은 결국 핵산의 문자가 단백질의 문자를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유전암호는 하나의 문자를 다른 문자로 번역해 주는 사전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해독할 때, 고고학자들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쓰이던 문자를 기록해 놓은 로제타석을 이용하였습니다. 이론적으로야 우리가 유전암호를 해석할 때에도, 특정 단백질과 이에 해당되는 핵산의 화학구조를 문자와 문자를 비교하듯이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이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니런버그 박사님은 유전암호를 해석하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생화학자들에게 고고학자들을 능가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 생화학자들은 시험관 내에서 핵산을 주형으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하나의 번역기와도 같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시스템에 핵산이라는 문장을 넣고 그 문장을 구성하는 문자를 단백질의 문자로 번역해 냈습니다.
니런버그 박사님은 한 개의 반복되는 글자만으로 매우 간단한 핵산을 합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핵산으로부터 단백질 문자를 번역해 냄으로써 하나의 글자만을 가진 단백질을 생성하였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니런버그 박사님은 첫 번째 유전암호를 해석하였고 세포 내에서 유전암호를 번역하는 시스템을 규명하였습니다. 그 후, 이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니런버그 박사님은 1961년, 첫 논문을 발표한 이후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코라나 박사님과 함께 모든 유전암호를 해독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종적인 연구는 대부분 코라나 박사님이 진행하였습니다. 그는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모든 단위체가 정확한 자리에 위치하는 거대한 핵산을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코라나 박사님이 합성한 핵산은 유전암호를 모두 해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메커니즘으로 세포 내 암호가 해석되는 걸까요? 이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람은 홀리 박사님이었습니다. 그는 전령 RNA라고 불리는 특정한 형태의 핵산을 발견합니다. 이 핵산은 유전암호를 읽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단백질의 문자로 전환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수년 동안 연구를 계속한 결과, 홀리 박사님은 순수한 전령 RNA를 얻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전령 RNA의 정확한 화학구조도 밝혀냈습니다. 이로써 홀리 박사님은 생화학적으로 활성 상태인 핵산의 화학구조를 완전히 밝힌 첫 번째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분자생물학의 급격한 발전의 핵심은 바로 유전암호를 해석하고 그 기능을 정확히 밝힌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유전 메커니즘을 자세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초적인 연구였지만 이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이와 관련한 유전 현상과 그 역할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홀리 박사님, 코라나 박사님, 니런버그 박사님.
1958년도 노벨상 기념 강의에서 에드워드 테이텀 박사는 분자생물학의 미래를 예측하였습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강의를 듣고 있는 청중들이 살아 있는 동안 유전암호가 해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그의 말이 그저 추측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측은 적중했고 그의 기념 강의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첫 유전암호가 해독되었습니다. 그 후, 유전암호의 특성과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의 역할이 밝혀지기까지는 8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그야말로 현대 생물학의 가장 흥미로운 장을 세 분이 함께 써내려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세 분께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를 대표하여 축하를 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전하께서 세 분에 대한 시상을 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