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귄터 블로벨(Günter Blobel, 1936~)
독일 태생 미국의 생물학자.
196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1967년에 메디슨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종양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67년부터 1969년까지 록펠러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이수한 후, 1969년에 동 대학교 조교수가 되었으며 1976년에 정교수로 승진하였다. 1986년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다. ‘신호 가설’을 통하여 새로이 합성된 분비성 단백질의 이동 과정을 규명하였으며, 세포와 기관의 구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밝혔다.
노벨상 시상 연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어떤 큰 공장이 수천 가지의 다른 제품을 한 시간에 백만 개씩 만들어 신속히 포장하고 소비자에게 보낸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연히 각각의 제품에는 혼란을 막기 위해 정확한 주소가 적힌 꼬리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귄터 블로벨 박사님은 앞서 말한 공장에서 만든 제품들처럼, 새롭게 합성된 단백질이 주소 꼬리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내장된 신호에 의해 특정 세포로 이동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은 구조적으로 비슷한 약 100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각각의 세포에 칸막이를 친 방과 같은 소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소기관들은 생명에 필수적인 생화학 물질대사를 물질적· 기능적으로 분리해 주는 지질이 풍부한 막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포에서의 이러한 구획화는 각각의 공적 기능이 독립적인 건물에 수용되어 있는 큰 도시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세포 물질대사의 설계도는 세포의 핵, 쉽게 말해 ‘세포라는 도시의 시청’ 안에 있는 유전자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에너지 생산은 세포의 발전소라고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납니다. 노폐물의 폐기와 재활용은 리소좀에서 일어납니다. 새로운 제품의 생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단백질의 생산은 리보솜에서 일어납니다.
사실 세포 내에는 매우 강렬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초당 수천 개의 단백질 분자들이 끊임없이 퇴화되고, 또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어떻게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며, 여러 기관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을 어떻게 통과하는 것일까요? 1960년대 과학자들에게는 이 두 가지가 궁금증의 대상이었습니다.
귄터 블로벨 박사님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했습니다. 박사님은 1967년에 뉴욕 록펠러 대학교의 조지 펄라디 교수님이 이끄는 유명한 세포생물연구소에서 일하였습니다. 1974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펄라디 교수님은 분비성 단백질들이 합성되고, 세포 표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정의하여 도표로 정리하였습니다. 세포에서 생성되는 분비성 단백질은 소포체라고 부르는 막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블로벨 박사님은 새로 합성된 분비성의 단백질이 어떻게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포체 막을 통과하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 정교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1971년에 처음 ‘신호 가설’을 제안하였으며, 1975년에는 이를 완성하였습니다. 이 신호 가설에 의하면 새로 합성된 단백질은 주소 꼬리표와 같은 내장된 신호를 따라 소포체로 이동하여 특정 채널을 통해 막을 통과합니다. 다른 쪽을 통과한 단백질들은 세포 표면으로 수송되기 위해 포장됩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블로벨 박사님은 과정의 각 단계를 개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시험관 체계를 고안했습니다. 쥐, 토끼, 그리고 개의 세포에서 나온 성분들을 이용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분자세포생물학은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간, 블로벨 박사님과 그의 동료들은 이 복잡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이 독창적인 신호 가설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많은 결과를 얻었으며 이 내용 또한 사실로 검증되었습니다.
블로벨 박사님은 폭넓은 연구를 통해 단백질은 반드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도록 정해져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세포막에 통합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들이 특정 주소 꼬리표와 같은 ‘위치생성 신호’를 갖고 있다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블로벨 박사님이 밝혀낸 이 원리들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원리들은 진화되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효모, 식물, 그리고 동물 세포에 항상 적용됩니다.
귄터 블로벨 박사님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세포와 기관의 구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밝힌 일입니다. 신호 가설은 유전병을 비롯해 위치가 잘못된 특정 단백질에 의한 질병들의 근본적인 기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약산업 쪽에서는 이러한 발견들을 응용하여 배양세포에서 인슐린, 성장호르몬, 혈액응고인자 같은 단백질 의약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