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글샘

*글이 끊이지 아니하고 솟아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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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릴레이 아침

이름 정다운 등록일 14.09.12 조회수 600

아침

20140905





또 전쟁시작이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잠과의 싸움, 10분이 1분처럼 지나가는 시간과의 싸움, 배고픔과 지각을 갈등하게 만드는 밥과의 싸움. 아, 이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까. 결국 밥을 포기한다. 마저 나갈 채비를 하고 기운 없이 현관을 나선다. 어느덧 바깥 공기는 여름보다 가을에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떠오르고 있는 아침 해는 눈이 부신다.


학교를 졸업하면 아침이 조금은 여유로워질까,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다. 머릿속에서 스스로 내린 답이 참으로 우울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끝나는 조급함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그러나 시간은 언제나 우리 뒤를 쫓는 것이었고 쓸데없는 상념에 걸음을 늦춘 대가로 난 결국 시간에 추월당했다. 말인즉슨 지각이었다. 우습게도, 종소리를 들으며 교실로 올라가는 와중에 문득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다. 지금 뛰어 올라가면 들어갈 순 있을까. 짧은 시간동안 고민하다 결국 양심과 타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도 같다. 어차피 늦었는데 조금 더 늦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교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면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기대하며 칠판을 보았다. 칠판에 쓰여 있는 거라곤 오늘 시간표와 급식 메뉴뿐. 아, 오늘도 다 맛없는 것들만 나오네. 한숨을 쉬며 잘까 생각했지만 오늘도 여전히 공부 열정을 불태우는 짝꿍 때문에 잠이 다 달아났다. 빈속은 쑤시고 오다가 바닥에 스친 엄지발가락이 끊어질 것 같았다. 나는 눈꺼풀에 고인 기시감을 몰아내려 눈을 껌뻑였다.


울렁증은 시간표를 챙기며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새에 가라앉았다. 내일도 반복될 전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되지만 내일은 일찍 알람을 맞추고 일찍 일어나 맛있는 밥을 먹고 느긋하게 등교해야지. 라고 오늘도 생각만 한다. 생각만 한다.... 1교시.. 2교시... 그렇게 오늘의 시간도 흘러간다. 그저 학교가 끝나서 좋은 기분에 빨리 집에나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내일도 반복 또 반복. 이런 생활이 끔찍이 싫은 것도 아니고 마냥 지겹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 즐거운 삶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 미래를 꿈 꿔 본다. 난 무엇을 하며 살까? 미래에 나는 행복할까? ...지금처럼 살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기에 익숙한 내가 과연 미래엔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어른들은 하고 싶은 것을 쫓아가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짝꿍은 여전히 눈에 쌍심지를 켜고 책을 잡아먹을 듯 수학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낸다. 아, 덧없다. 짝꿍뿐만이 아니라 반의 모든 아이들이 책에 눈을 파묻고 있다. 어째서인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내가 오히려 한심하고 멍청해보였다. 만약 이런 상태로 내가 수능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떡하지?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또한 서글프게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갑자기 다시 속이 울렁거리고 눈앞의 수학문제와 입을 꾹 다문 아이들과 한숨 나오는 내 현실까지 모든 것이 역겨워져서, 그대로 책상 위로 엎드렸다. 약속한 듯 덮쳐오는 졸음에 모든 감각이 느리게 마모되어 갔다. 깜빡, 깜빡 하고 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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