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문예창작)

글샘

*글이 끊이지 아니하고 솟아 나오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꿈과 글이 샘솟는, 문예창작 동아리 입니다.

2019 모방시 2111 김예나

이름 김예나 등록일 19.09.06 조회수 28

-원작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장이지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모방시


천왕성에서 보낸 이메일 / 김예나


안녕, 여기는 외로운 별 천왕성이야.

여기 바다엔 내가 어릴 적 뚝뚝 떨군

종이 쪼가리가 떠 있어.

거기선 내가 좋아하는 슬픈 가사가

잔잔하던 물결처럼 선율을 따라 너울대.

그리고 여기 바다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묻혀가.

있잖아, 잘 있어.

나를 기다렸으면, 나도 그립다고,

누군가가 나를 어줍잖게 흘겨도

모두에게 드러낼 순 없으니까.

하늘과 맞닿은 바다 저편엔 유리병에 담겨진

제자리를 허우적대는 음성 메일들이 일렁여.

여기 바다엔 인화된 네 사진도 있던걸.

너도 처음 보는 듯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널까?

있잖아, 잘 있어.

차곡차곡 쌓인 메일들이

먼지가 되어 이곳 바다를 스쳐가.

누군가 한없이 나에게 속삭이던 날이 스쳐가.

나의 후회가 스쳐가. 받아들이기 힘든 날이 스쳐가.

나의 바다가 스쳐가.

너도 케이크를 잔뜩 묻힌 채 눈물에 젖고 있더라.

눈 속에 얼음 보석들이 녹아 반짝거리더라.

네 미소에 나도 턱 끝까지 물이 차올라.

이제 네가 누군지 알 것 같아. 있잖아, 잘 있어.

나의 전해지지 못한 울음 자국들이 푸른 빛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외로운 별 천왕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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