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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자교사, 그는 왜 치마를 입고 아이들 앞에 섰나

이름 유상은 등록일 19.06.17 조회수 35

앵커: 왜 하필 ‘치마입기’ 였나요
“저는 다양한 여성운동을 하는 활동가이고, 여러 방법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저 가장 주목을 받는 방법을 찾다가 치마를 입은 것뿐이에요. 평소 페미니즘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여자와 남자는 다르지 않으며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했어요. 성역할은 사회가 만드는 것이라고요. 교사가 먼저 교육한 바와 일치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 교육의 효과가 더 커지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앵커:학교 측 반응은 어땠나요
“학교에는 딱 두 번 입고 갔는데 첫 번째는 교감선생님, 두 번째는 교장선생님께 불려갔어요. 두 분 다 학교에 민원이 들어올 것을 염려하셨죠. 첫 번째는 그래도 입고 오겠다고 반항을 좀 했는데 두 번째는 두 분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안 좋게 보시는 거 같아서 앞으로 입지 않기로 했어요. 인권이 다수결로 결정이 되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앵커:동료 선생님들도 안 좋게 봤나요
“물론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선생님들도 여러분 계셨어요. 마냥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 일로 인해 성차별적인 학교 문화를 돌아보는 주변 선생님들도 계셨어요.”

앵커: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집에서부터 그러고 오셨어요?’ ‘예뻐요’ ‘멋있어요’ ‘선생님 아닌 줄 알았어요’ ‘안 불편해요?’ ‘어디서 샀어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무관심한 학생도 있었고요. 박장대소하는 친구에게 ‘남자는 치마 입으면 왜 안 되느냐’고 타이르는 학생도 있었죠. 특히 ‘립스틱도 바르고 머리도 길러 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요. ‘치마=여자’의 공식이 뚜렷해보였어요.

앵커:치마를 평소에도 입나요
“네. 이제 출퇴근할 때에는 입지 않지만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보여주는 건 학생들을 기만하는 거죠. (여자와 다르게) 남자는 치마를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이유로만 입는다는 인식이 생겨 결국 성별이분법을 더 강화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고요. 이제 여러 번 입다보니 치마는 저에게 특별한 옷이 아니에요.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옷 중 하나일 뿐이지요.”

앵커:치마를 입은 후 불쾌한 경험은 없었나요
“제 하반신을 민망할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고, 허락 없이 제 다리나 치마를 만져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치마를 입지 않았을 때는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었죠. 치마를 입는 것만으로도 내 신체에 접촉할 수 있는 허용권이 더 생기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

앵커:사회는 ‘치마 입은 남자교사’를 어떻게 볼 것 같나요
“제 모습을 보고 성 고정관념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긴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거예요. 사회가 정해놓은 남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나다운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경험이어서 저는 좋았어요.”

앵커:페미니즘을 어떻게 수업에 녹이고 있나요
“성 고정관념이 있는 노래가사를 바꿔보는 활동을 하거나, 미디어 속에서 성역할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이런 편견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는지 토론해요. 인권포스터와 피켓을 만들어 캠페인 활동도 했어요. 고전문학을 읽으며 그 안에 들어있는 성차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죠.”

앵커:페미니즘 교육 후 아이들은 어떻게 변했나요
“학생들은 정말 흡수가 빨라요. 사람 간의 차이를 성별이 아니라 개인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남자애들’ ‘여자애들’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현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어요. 제가 말해주지 않아도 ‘왜 결혼식에서 아버지가 사위에게 신부를 전달하는지’ ‘왜 학교 행사나 상담일에는 아버지가 오시지 않고 어머니가 많이 오시는지’ 학생들이 스스로 묻고 답하기 시작했죠. 한 학생은 ‘우리 반에서는 나를 인격체로 존중해준다’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와 다른 학생들이 함께 울었던 적도 있어요.”

앵커:남성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많죠. 첫 번째 고충은 ‘부끄러움’에 대한 것이에요.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고발하고 있는 남성연대 속에서 수많은 여성혐오를 저지르며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남성 사회에 대해 고발할 때면 스스로에게 ‘나는 다른가’ 하며 묻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과거를 숨기고 활동하는 것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고 과거를 드러내자니 이것 또한 또 다른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두 번째는 제가 참여하고 있는 투쟁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에요. 남성연대에서 탈퇴한 지금, 제가 연대하고 뜻을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신뢰받고 싶은 욕구가 자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와 함께해주는 동지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돼요. 또 페미니스트가 된다 해도 여전히 남성으로 패싱되는 편의를 누리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남성연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권력이 여전히 있기에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앵커:내 제자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떻게 바뀌어있기를 바라나요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라고 생각해요. 제가 페미니스트가 된다고 남성이 본래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처럼 권력이 있는 사람이 그걸 내려놓기란 정말로 어려워요.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진 권력을 아는 것, 이것이 평등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강자가 더 조심하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약자가 더 조심해야 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은 항상 자신을 단속하고 주의를 살펴야 하니까요. 특히 성범죄를 포함한 젠더 문제는 책임을 약자에게 돌리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디케의 저울과 칼 끝이 강자에게 더 엄격했으면 좋겠어요. 약자보다 강자가 더 조심할 수 있게요.”


출처: 네이버 국민일보


내 생각: 요즘 시대에 여성 페메니스트들을 억울하고 어이없게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선생님께서는 남성 페미니스트 운동가로 학생들에게 치마 입은 모습으로 학교를 갔다. 이 생각을 한 자체가 용기있고 대단해 보이신다. 쉽지 않은 결정이였을텐데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평등 교육을 하고, 학생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게 굉장히 멋진 일 같아 보였다. 이렇게 라도 소수의 인원들이 시작하였으니 점점 더 올라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사회에 성평등이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바뀔 미래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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