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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가족이 책임질 수 없는 가난을 보여드립니다

이름 정윤아 등록일 17.05.20 조회수 675
<한겨레21> 가족이 책임질 수 없는 가난을 보여드립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 제공

한국에서 생계 위협을 느끼는 이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야만 한다. 부양의무자는 수급자의 부모와 자녀, 그들의 배우자다. 이는 시민의 생계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떠넘기는 강력한 법적 장벽이다. 사위가 취업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할머니가 정부기관 앞에서 항의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에서 보듯 현재 한국 사회는 직계가족이라 해도 서로가 서로를 사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한겨레21>은 이번호(1158호)를 시작으로 빈곤 문제 해결과 복지 확대를 위해 모인 42개 사회·시민단체와 수급권자들이 만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이하 폐지행동)과 함께 부양의무제 폐지 필요성을 알리는 만화 <들어봐, 나의 몫소리>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로를 책임질 수 없는 가족

폐지행동은 2017년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에게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요구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견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폐지행동이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한꺼번에 없앨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의 범위 축소 및 실질적 부양 능력을 감안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폐지행동은 “안 후보의 의견은 부양의무자기준을 남겨놓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부분적 폐지다. 지난 17년 동안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는 꾸준히 이뤄져왔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은 변화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부분적 폐지가 아닌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폐지행동은 차기 정부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는 물론 폐지 이후 그 시행을 둘러싼 감시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폐지행동은 이 제도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후원 캠페인도 벌인다. 사회운동을 위한 온라인 후원 플랫폼 ‘소셜펀치’를 통해 목표액 500만원에 도전한다. 후원금은 활동에 필요한 유인물·소책자 등의 인쇄비용과 부양의무제 폐지 입법 요구 활동 기금으로 사용된다. 이 제도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한 가구의 이의신청을 지원하는 데도 쓰일 예정이다. (후원함 주소 https://socialfunch.org/nobuyang)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복지는 국가 책임’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사적 부양으로 넘기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면 국민의 삶이 위험에 빠졌을 때 이용해야 할 다른 사회제도의 장벽들도 덩달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지행동과 함께 기획하는 만화 <들어봐, 나의 몫소리> 첫 회에선 시설에서 독립해 새 삶을 꾸리려는 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주인공 하상윤(45·뇌병변 1급)씨는 10살 때 가족에 의해 장애인 거주 시설로 보내진 뒤 27년 동안 오로지 ‘먹고 자는 것’밖에 허용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 가족은 그 긴 시간 동안 하씨에게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2009년 37살의 하씨는 독립을 결심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을 신청하려 했지만 곧 장벽에 부딪혔다. 부양의무자로 지정된 아버지 때문이었다. 하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계속 시설에 거주하면 시설 사용료는 내줄 수 있지만, 시설에서 나오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내겠다고 했다. 가족조차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가진 탓이다.


27년 동안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하씨는 정부에 이런 상황을 밝히며 ‘가족관계 단절’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09년 6월 기초생활보장수급도, 아버지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시설에서 나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했다. 지독하게 가난한 생활이 시작됐지만 그에겐 ‘감옥’ 같은 시설보다 차라리 노숙이 나았다. 이후 하씨는 장애인 임시주거 주택인 평원재와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17일 시설에서 나온 지 8년 만에 ‘가족관계 단절’을 인정받아 기초생활보장수급으로 ‘진정한 독립’을 하게 됐다.

기초생활보장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은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이 기준을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가족의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소명해도 제도 보장을 받기가 어렵다. 마땅한 권리로서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시급한 이유다.


-나의 의견-

  제도의 허점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 권력층의 부패를 실질적으로는 막을 수 없는 제도의 허점은 부족한 거 없는 이기적인 사회의 소수에게만 보탬이 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도의 허점은 그에 비해 너무나 가혹한 것 같다. 제도의 허점마저 누구에겐 득이 되는 가하면, 누군에겐 독이 된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제도는 허점 그 자체였고,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차원적인 제도였다. 만약 사회적 부를 제대로 분배했다면, 사회적 약자를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제도의 허점은 연결되고 연결되어 사회적 약자만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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