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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향사 정미순 대표 “향은 기억의 매개체, 제대로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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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반효희 | 등록일 | 17.04.01 | 조회수 | 735 | |||||||||||||||
3월 14일 기사 [이데일리 뷰티in 염보라 기자]
인터뷰 = 정선화 기자 ㅣ정리·사진 = 염보라 기자 국내 1세대 조향사, 국내 최초의 조향사 교육기관 운영…. 우리나라 향(香)산업에 있어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지엔스 정미순(사진, 53) 대표다. 2002년부터 조향사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후배 조향사를 배출하고 한발 앞선 시각으로 향수공방·향수박물관 등을 오픈, 국내 향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 13일 서울 방배동 향수박물관 '뮤제드파팡'에서 그녀를 만나 국내 향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간 이어진 갈리마드 퍼퓸스쿨 라이선스 관련 소송 건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한마디로 향과 갤러리를 접목한 공간이다. 지금은 프랑스 유명 신진 여류 화가인 엘라자베스 드 쉐리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향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흔히 향은 기억의 매개체라고 하지 않나.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그것에 어울리는 향을 맡음으로써 훗날 향을 통해 지금 이 공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이러한 공간을 꾸미게 됐다." - 향과 갤러리 흥미로운 조합이다. 그동안 작품 전시가 많았을 것 같은데. "그림이 대부분이다. 동양화가 김혜숙 작가님, 박수근 화백의 장녀인 박인숙 선생님…. 이밖에 유리공예, 디저트 등과도 접목을 시도했었다. 공무도화가를 테마로 작품과 음악, 향을 콜라보레이션 전시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인기 전시를 꼽는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스타쉐프 박준우 씨, '달콤함을 그리다' 김수연 작가, 프랑스 정통 티 메이커 크리스틴다트너, 티웨어·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메종드실크와 함께 지난해 '구르망42' 전시를 했다. 박준우 쉐프는 구르망 노트의 재료로 새롭게 개발한 디저트 3종을 선보였고 우리는 각 디저트 작품에서 영감 받은 향수를 개발해 선보였다. 하나의 주제로 오감을 표현한 전시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갈리마드 퍼퓸 관련 소송 승소…명예가 걸린 문제였다" "안 좋은 시장 논리의 예다. 우리는 비즈니스 경쟁력이 약했다. 2002년부터 국내 1호 조향 학원으로 차곡차곡 불모지를 개척하며 올라왔는데 어느 정도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되니 자본력 있는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우리가 그들이(갈리마드 퍼퓸) 원하는 만큼의 볼륨을 못했기 때문에 (거래를)끊은 건 정당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하기 전 이미 다른 파트너사와 계약을 했던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우리가 무단으로 라이선스를 도용해 운영해온 것처럼 소문이 났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것들, 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들이 한순간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 힘들었겠다. "너무 억울했다. 명예를 찾고 싶어서 법률 상담을 받았는데 소송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억울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비용대비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이 없었다. '그냥 덮자'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쪽(다른 파트너사)에서 상표권 침해, 영업 방해 등 소송을 걸었다. 우린 맞대응 할 수밖에 없었고 1년간의 싸움 끝에 승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승소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억울함을 벗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얻었다." - 그 기간을 어떻게 극복했나. "학생들이 져버리지 않아서 견딜 수 있었다." - 정미순 조향사 이름 석자에 대한 학생들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던 것 아닌가. "처음 라이선스 문제가 터졌을 때 주변에서 그랬다. 학생들은 갈리마드 퍼퓸 상호를 보는 게 아니라 정미순 이름 석자를 보고 오는 거라고. 그러니 영향이 없을 거라고. 결과적으로는 그게 맞았다. 영향이 1%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가 10여 년간 쌓아온 것들, 노력해온 것들이 결과적으로 우리를 지킬 수 있었다." "국내에도 좋은 향수 많아…향을 제대로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길"
"공방은 예전부터 했다. 학원에서 운영하던 걸 분리해서 로드숍으로 뺐다. 공방을 분리하면서 성공적인 모델이 됐다. 이후 학생들도 공방을 많이 오픈했고 우리도 매장 수를 늘려나갔다.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베트남·홍콩 등 해외 진출도 성사했다. 박물관은 제작년 말에 오픈했다. 큰 수익모델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도 이만큼 향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 해외 다른 나라에 보여주고 싶었고 후배 조향사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우리나라의 조향산업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가.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이 연구나 교육 등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면서 한국도 나름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조향 교육을 시작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이 바로 이거다. 향업계는 향이 노하우고 수익에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외부에 (정보)오픈을 안 한다. 하지만 우리 학원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이건 이미 오픈된 노하우이니 여기에 더 연구해서 한 발 나아가고, 그렇게 업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15년 전에는 학원이 우리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몇 군데가 더 생겨났고 이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시장을 형성하면서 기존에 없던 향초 시장도 생기고 국내 자체 제작 브랜드도 생기고….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한국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 한국 향수 시장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 "한국은 해외에 비해 빨리 받아들여지고 또 금방 소멸된다.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게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광고나 마케팅에 잘 휩쓸리는 거다. 퍼퓸라이퍼나 에데니끄, 수향, 베러댄알콜 등 한국 조향사가 제작한 향수 중에도 좋은 향수가 굉장히 많다. 향을 제대로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이 시장 역시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 브랜드 맥앤로건 향수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총 8종 나왔다. 한복 디자이너 김혜숙 선생님과도 콜라보 향수를 제작했고, 한약재 회사와도 제휴를 맺어 향수를 개발한 적 있다. 그때그때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 그중 가장 애착 가는 향수는. "사실 모든 제품에 애착이 간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맥앤로건 화이트'다. 맥앤로건 향수를 제작하기로 하고 첫 번째로 만든 향수였다. 첫 향수인 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향을 만들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그게 통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 평소 후각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게 최고다. 적당히 잘 먹고 운동도 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한다. 이런 게 결과적으로 후각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좋은 조향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후각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 후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고, 예술적인 감각이 있으면 좋다. 그리고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기술까지.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끈기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노력하고 끄집어내는 것…. 최근 수강생들을 보면 이런 조건들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해외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향수 브랜드들이 곧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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