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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엔 수장으로도 대선 주자로도 부적절했던 반기문의 엿새

이름 송세연 등록일 16.06.06 조회수 972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표현이 있다.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 “정치적 해석을 붙이지 말아달라”. 자신의 언행이 일으킨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전형적 클리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방한한 목적은 개인적 목적이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도 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 반 총장의 해명이 외려 그의 방한 목적을 선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반 총장의 5박6일은 대선에서 시작해 대선으로 끝났다. 입국하자마자 중견 언론인들 앞에서 “내년 1월1일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자든 이런 발언을 들으면 ‘대선 출마 시사’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지난 주말에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은 ‘충청의 맹주’로 통하는 김종필 전 총리와 독대했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이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서애 류성룡의 고택에 ‘나무의 제왕’으로 불리는 주목을 식수하고, 김관용 경북지사·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 여권 인사들과 오찬을 했다. 대구·경북(TK)은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반 총장의 방한 일정은 새누리당 친박계의 ‘충청·TK 연합정권론’과 맥을 같이한다.

반 총장의 언행은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정치에 입문하려는 개인으로서도 낙제점이다.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하자마자 대선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는 퇴임 후도 아니고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했다. 행태를 뜯어보면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더니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구태를 보였다. 어제 회견에서 청년·여성 문제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말뿐이었다. 한국 정치를 바꿔놓고 싶다면 취업준비생들과 청년실업 문제를, 젊은 여성들과 ‘여성혐오’ 이슈를 토론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유가족들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대신 반 총장은 고건·노신영 전 총리 등 정·재계 원로들에게 만찬을 베풀었다.

반 총장은 어제 뉴욕으로 돌아갔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국내 정치를 잊고 유엔 총장 직무에 집중하기 바란다. 이후 ‘한국 시민으로서’ 대선 출마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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