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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뢰 잃은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미덥지 않다

이름 홍주은 등록일 16.06.06 조회수 971
정부가 어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부처 간 갈등과 혼선을 빚어온 미세먼지 관련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내에 유럽 주요 도시 수준으로 개선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짜깁기 재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유값 인상은 물론 고등어구이 금지 같은 어설픈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가 서민들의 반발을 산 데다, 부처 간 이견에 여당까지 가세한 반론 때문에 두루뭉술한 정책이 나오고 말았다. 예컨대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라 차량부제를 실시한다는 방안은 얼핏 보면 매우 강력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이 없다. (초)미세먼지가 일정 기간 이상 고농도로 지속되거나 ‘매우 나쁨’의 경보가 울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유차 질소산화물의 인증기준을 실제 도로의 조건에서 검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새로울 게 없다. 지나치게 수도권 기준의 대책만 있고 지역 맞춤형 전략은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토해봐야 할 대책들도 물론 있다.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의 도입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미 환경부가 추진했다가 보류된 적이 있을 정도로 운행 제한 구역의 설정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 대책도 처음 나왔다.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기 혹은 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신규 발전소 9기의 경우 2004년 완공한 인천 옹진 영흥화력발전소 수준의 배출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렇지만 최근 영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50㎞ 이상을 날아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규 발전소의 모델로 삼은 영흥발전소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2030년까지 새로운 화력발전소를 20기 짓는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으니 이 또한 근본책은 될 수 없다. 경유차의 저공해차 지정기준을 휘발유차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려 사실상 경유차 혜택을 폐지했다. 이 경우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50% 감면 등의 혜택은 사라진다.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시한을 2019년까지로 못박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참여다. 시민들도 맑은 공기를 마셔서 쾌적한 삶을 사는 비용의 일부를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클린디젤’ 같은 정책을 펴서 경유차를 장려하다가 이제 와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또 미세먼지 대책을 세운다면서 심지어 경유값 인상처럼 서민들의 호주머니나 터는 즉흥정책을 남발한 것 역시 정부이다. 이런 정부를 시민들이 믿고 따르기는 어렵다. 정부가 차근차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면서 설득해 나간다면 시민의식은 자연스레 고취될 것이다. 선택의 여지 없이 마셔야 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를 신뢰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이중주를 이뤄야 해결할 수 있다[©경향신문(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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