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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습기 살균제 살인, 여·야·정 협의체가 다룰 일 아니다

이름 신유정 등록일 16.05.16 조회수 1000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룰 여·야·정 협의체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이 사건이 업자와 개인 간의 문제’(윤성규 환경부 장관)이며, ‘교통사고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들의 완결판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해결방안 마련에 전념해야 할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남의 이야기 하듯 협의체로 미룬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통령의 제안대로라면 이 사건은 지루한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야당과 과거 정부의 탓도 크다느니 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 우려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벌써 “살균제 문제는 2001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됐으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인과관계가 규명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2011년 이후 부처 간 떠넘기기와 무책임한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여당과 함께 특별법 입법을 가로막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정부의 잘못을 모면하려고 과거 정부를 들먹이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게다가 공무원 조직과 행정시스템을 갖춘 정부는 아무리 정권이 바뀐다 해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 정부는 239명의 사망자가 난 국가적인 재난 앞에서 ‘정부의 일관된 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협의체에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노동 문제처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비교적 명확한 사안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 업체와 정부의 위법행위를 가려내면 되고, 정부는 피해자 파악과 역학조사, 구제대책 등을 마련하면 된다. 국회는 국회대로 특별법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청문회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면 된다. 희생양을 만들거나 처벌용으로 진상을 밝히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뿌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과연 무엇이 보완돼야 하는지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과나 진상규명의 노력 없이 서둘러 피해자들에게 배·보상금을 주고 끝내려는 자세라면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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