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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알 권리 제한하면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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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박시은 | 등록일 | 16.04.01 | 조회수 | 887 |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인터넷에 올린 글을 타인이 검색할 수 없도록 권리 행사가 가능해진다. 회원 탈퇴 등의 사유로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삭제하지 못하는 게시물 등이 대상이다. 이번 초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는 ‘잊혀질 권리’가 제도화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잊혀질 권리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행복추구권과 직결되는 소중한 가치다.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올린 글이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고통을 당하거나 옛 애인과 찍은 사진으로 결혼생활이 파탄 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면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방통위 초안은 공익과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게시판 사업자와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관도 아닌 이들 사업자가 공익과의 관련성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정신적·사회적 피해를 유발하는 인터넷 게시물은 제3자가 올린 경우가 많지만 초안에는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삭제요구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논란을 피해간 반쪽짜리 초안으로 방통위가 생색내기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상황에서 무작정 도입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건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권력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서구보다 약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섣불리 도입하면 삭제청구권이 남발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예컨대 언론중재위원회가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개정안에는 언론중재절차를 통해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피해자의 기사 삭제 청구가 넘쳐나 언론 보도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확정에 앞서 예상되는 기술적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보완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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