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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성의 요람 대학가가 변해야

이름 선나은 등록일 16.03.31 조회수 897
충남일보 | chungnamilbo@naver.com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행사가 갈수록 유치해지는 경향이다. 부산 모 대학교와 전북 익산의 모 대학,대전의 모 대학 등의 동아리 행사 등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과 막걸리를 뿌리거나 저질 조 명칭을 써 학내가 시끄럽다.
부산 모 대학교는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에서 고사를 지낸다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액땜’행사를 열었다. 이 액땜행사에는 신입생들을 동아리 의상으로 갈아입힌 뒤 도열시키고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남은 두부와 김치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오물이 담겨진 술통을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를 했다.
또 전북 익산의 한 대학 역시 학과 고사를 빙자해 사범대학 건물 앞에서 선배들이 부산 모 대학과 비슷한 “액운을 없애기 위한 고사 성격의 학과 전통”이라고 신입생들이 고개를 숙인채 줄을 맞춰 앉은 상태에서 머리와 온 몸에 수 십통의 막걸리를 뿌렸다.
그리고 대전의 한 사립대의 학과 MT에서 진행된 게임 중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오빠 7싸는 안되조’, ‘뒷 9멍 XXX’ 등 낯뜨거운 문구로 된 저질 조 명칭의 깃발이 등장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는 만행이나 다름없는 추태다.이런 장면이 찍힌 사진은 피해를 당한 관계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태를 고발해 퍼지면서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신입생 동아리 행사는 대학가에서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이 공개되자 해당 대학교의 학내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기도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성인들의 모임인 대학에서 이런 야만적인 작태가 벌어지 부끄럽기만 하다.
지인들은 저질스럽고 추잡한 액땜 행사에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심지어는 믿기지 안을 정도로 막걸리 세례를 할 때 신입생을 청테이프로 못 움직이게 한 뒤 술에 담배꽁초와 휴지, 가래까지 썩어 넣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태가 크게 번지자 해당 동아리측은 이번 일로 인해 상처받은 신입생과 가족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학 측도 “진상조사를 벌여 관련자를 엄벌하고 모든 내용과 처벌 수위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을 상대로 한 막가파식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어느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말과 몸동작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얘기다.
심지어 남학생 무릎에 여학생을 앉힌 채 서로 껴안거나 입에서 입으로 술을 건네는 러브샷은 물론 옷 벗기기 행위도 있었다고 하니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신입생 환영회가 빗나간 음주와 성추행, 군기잡기 문화의 온상이 된 것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저질, 추태로 변하는 환영회가 도덕관념을 잃게 하고 있어 서글프다.
다양성과 지성을 추구해야 할 대학가의 행사가 그릇된 문화가 돼서는 곤란하기에 지성의 요람의 본래 자리를 하루빨리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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