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토론부

기전여고 사회토론부 A.O(Approve Opposite) 의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A.O는 정치, 경제, 문화, 방송, 환경 등 다방면에서의 사회적 이슈에 관한 주제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동아리입니다.

[사설] 야당이 폭력과 결별해야 도심 난동 악습 끝난다

이름 김지숙 등록일 15.11.18 조회수 845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좌파 단체 53곳이 그들 말대로 "마음만 먹으면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는" 도심 난동을 벌인 지 사흘이 지났다. 예상됐던 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경찰 진압 방식의 폭력성이 도를 넘었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문재인 대표는 "국민은 정부의 살인적 행위를 똑똑히 목도했고 경찰의 무차별적 진압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관한 대책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위원장에는 이날 폭력집회에 직접 참가한 정청래 최고위원이 임명됐다.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려던 농민 한 명이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문 대표 등은 이 모든 문제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방화까지 한 시위대 때문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 누구나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있지만 이는 법과 공공질서를 지키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정된다. 이는 문명·민주 사회의 상식이자 철칙이다. 우리나라에선 도심 난동을 일삼는 세력이 이 기본 전제가 바로 서는 것을 기를 써서 막으려 하고 있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설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든 세력은 쇠파이프나 사다리 등으로 경찰 차량을 부수고, 경찰을 붙잡아 때리고, 벽돌과 빈병 등을 던졌다. 새총에 돌을 넣어 경찰을 향해 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이나 시민이 맞으면 실명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그런 이성(理性)이 작동할 여지가 없는 현장이었다. 일부는 "시너를 가져오라"고 동료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관들이 돌이나 쇠파이프에 맞아 쓰러지자 "잘했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폭발성이 강한 스프레이에 불을 붙여 버스 안으로 던져 넣고, 불붙은 신문지를 주유구에 집어넣어 방화를 시도했다. 이적 단체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舊)통진당 세력까지 포함돼 이 난동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술판을 벌이며 온갖 추태를 보였다. 이날 부서진 경찰버스는 50대, 다친 경찰은 113명이나 됐다. 난동이라는 말로도 이런 무도한 행태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선진국이었다면 물대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강력 진압책이 총동원됐을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를 주도한 세력은 틈만 나면 서울 도심에서 그런 난동을 재연하려 한다. 광우병 사태 자체가 허위·과장 보도에 따른 허망한 소동이었는데도 도심 난동만은 이유와 목적을 달리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보통 극단적 행동을 일삼는 세력은 점차 고립되어 소멸하는 법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폭력 시위대는 양식 있는 국민에게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이 고립·소멸되지 않고 때마다 난장판을 벌이며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것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야당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야당의 상당수는 민주화 운동 출신이다. 뿌리가 폭력 시위 세력과 겹치는 부분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되고, 야당이 여당보다 더 큰 국회 권력을 휘두르는 우리 사회에서 야당이 아직도 세상을 '동지 아니면 적(敵)'이라거나 '네 편, 내 편'으로 보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야당이 극단적 행동조차 법이나 질서, 타인 권리 보호라는 눈이 아니라 '동지'나 '내 편'이라는 눈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법질서는 상시적인 위기 상태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벌어진 폭력 행위에 대해 이성적 대처를 호소한 야당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 상당수는 날마다 벌어진 집회에 참가했다. 작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불법 집회 때도 비슷했다. 야당은 대선 때는 절반 가까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현재 의석 43%를 갖고 있다. 이런 야당이 폭력 시위 집단을 비호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와 정치의 큰 불행이다.

야당은 도심 난동이 반(反)정부를 표방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세력의 지지를 잃을 경우를 걱정하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양식 있는 국민은 국정교과서나 노동 개혁과 같이 견해가 다르고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길 막고 때려 부수는 데모가 아니라 토론으로 경쟁하고 선거로 심판하기를 바라고 있다. 야당이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로 정부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치른 작년 7·30 재·보선에서 참패했던 사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도심 난동 세력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시위를 기획했고, 홈페이지에도 미리 계획을 띄워놓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 일이 뭔가. 시위 주동자들도 눈앞에서 놓쳤다. 불법 시위 때마다 엄정 대처를 말하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가 여기서 난동 악습을 끊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전글 [사설] 당하면서도 못 고치는 한국인들의 '테러 不感症'
다음글 [사설]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대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