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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핵 포기해야 기회 잡을 수 있다

이름 김지숙 등록일 15.11.18 조회수 834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등 동북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제1세션 선도발언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매년 630억달러의 수요가 예상되는 동북아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후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협력해 투자하면 북한이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곧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방북은 1993년 부트로스 갈리 총장 방북 이후 22년 만에 처음인 데다 한국인 사무총장이어서 전 세계가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남북관계는 8·25 합의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답보 상태다. 북측은 8·25 합의에 따른 당국회담도 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주 국내외 8개 뉴스통신사와의 공동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오히려 북측은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강원도 원산 앞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 항행금지구역이 워낙 광범위해 스커드미사일이나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북측은 최근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비핵화라는 중심 이슈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공통된 입장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부터 포기해야 한다. 핵문제에 관한 진전 없이 대화 시늉만 내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스스로 제 발목을 잡는 꼴이다. 북핵 해결 없이는 어떤 기회도 손에 쥘 수 없다. 국제사회는 대북 협의에서 섣부른 기대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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