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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도가 불순한 친박계의 개헌론 제기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65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새누리당의 홍문종 의원이 12일 개헌론을 끄집어냈다. 홍 의원은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이원집정제)가 훨씬 더 정책 일관성이 있다.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 조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4일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개헌론 자체에 부정적이던 친박계 의원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구·경북(티케이) 물갈이론’을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개헌론을 흘리는 건, 총선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친박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개헌론이 떠오르면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위상은 급격히 위축되고, 국회의원들의 ‘친박근혜’ 쏠림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홍 의원 발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어도 개헌론이 사그라질 거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기에, 정치인이 개헌에 관한 생각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개헌’처럼 폭발력이 강한 사안일수록 항상 국민을 중심에 두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에 따라 풍향계로 띄웠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거둬들이는 행위는 정치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의 언행 불일치는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돕지 않는다고 국회를 비난하는 마당에 그 측근들은 개헌론으로 국회와 정국을 오히려 어지럽게 만드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심스런 여권 내부의 엇박자이거나, 교묘하게 짜인 고도의 정치적 술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자신이 국정 운영에 온 힘을 쏟기보다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며 선거에 개입하려고 하다 보니, 친박계 의원들 역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헌론과 같은 정치공학적 발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과 친박계는 말로만 ‘경제와 민생’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 정권 핵심세력의 모습에서 정략과 술수밖에 읽을 수 없는 건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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