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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인적 진압에 공안몰이까지 나섰나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16 조회수 750
사람 한둘 죽어도 상관없다고 작심한 것 같았다.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대회에 경찰이 가한 강경진압은 도를 넘어도 한참이나 넘은 것이었다. 사람 얼굴을 조준해 최루액이 섞인 높은 수압의 물줄기를 쏴 쓰러뜨리고, 쓰러진 사람에게 한참이나 물대포를 쏘아대고, 다친 사람을 구호하려는 이들과 구급차에까지 거듭 물대포를 퍼부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야만이 주말 저녁 서울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렇게 다친 이들 가운데 일흔 살의 농민은 지금 생명이 위중하다. 이런 야수적 진압이 테러와 다를 바 무엇인가.

경찰은 시위대보다 과격했다. 경찰버스가 여러 대 파손되는 등 집회도 다소 과열됐다지만, 경찰의 진압 행태는 지난 몇 년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과했다. 헌법과 법률, 자체 지침까지 무시했으니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무차별 물대포 공격부터 범죄적 행위다. 경찰은 ‘살수차 운용지침’에서 정해둔 경고방송이나 예비적 분사도 없이 바로 거리의 시민들에게 대포 같은 직사 물줄기를 쏘았다. 시위 행렬에서 적극적인 공격이 없는데도 그랬으니 집회시위 관리의 법적 기준을 어긴 것이다. ‘직사살수 때는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한다’는 안전지침과 정반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바로 얼굴을 겨냥했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구호조처를 한다’는 지침도 있지만 실제론 물대포로 구호활동을 방해했다. 죽거나 크게 다쳐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정도 폭력이라면 현장 책임자와 살수차 작동자 등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경찰 차벽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를 벗어났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 몇 겹의 광범위한 차벽을 설치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경찰 차벽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차벽은)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다.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최근 지적한 대로 차벽으로 시위대를 격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기도 하다. 경찰의 선제적 차벽 설치는 그런 점에서 명백한 위헌이다.

그런데도 공안당국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되레 집회 주동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며 공안몰이에 나설 태세다. 국민 분노가 더 커지면 대체 무엇으로 막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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