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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구 획정을 더 미루는 것은 현역 의원 기득권 지키기다

이름 박시은 등록일 15.11.09 조회수 772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 국회 처리 시한 13일을 앞두고 여야 대표부가 직접 나섰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만나 선거구 획정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늘 원내 수석부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가 만나 선거구 획정 합의를 시도한다. 어느 정도 접점이 도출되면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4+4 회동’을 열기로 했다. 늦게나마 선거구 획정 논의에 가속도가 붙게 돼 다행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재의 취지는 표의 등가성을 반영하라는 것이므로 그에 가장 적합한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통해 사표를 방지하고 다양한 민의를 담을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는 득실 계산만 하면서 결정을 미뤄왔다. 헌재의 취지에 따르려면 농촌의 선거구를 줄이고 도시 선거구를 늘려야 하는데도 여야 농촌지역 의원들의 반발에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제 개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해 조정하자는 퇴행적 방안을 고집하고,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왔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지명도 높은 현역 의원들이 절대 유리하다.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인들이 이름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 공천안 마련까지 더뎌지면서 신인들은 이중으로 시달리고 있다.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여야 지도부가 지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19대 때처럼 선거일 40여일 전에야 선거구를 졸속으로 획정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제 경북지역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의 지역구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선거구 획정에서 특정 지역의 유불리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 이상 부질없는 정치공학에 매달려 선거구 획정을 늦추는 어리석은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여야는 이제 표의 등가성을 감안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와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지역구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정치 일정이 산적해 있다. 여야는 하루속히 기득권 유지가 아닌, 정치개혁·정당개혁·선거개혁을 위한 선거구 획정을 결단해야 한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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