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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협정문 공개 "12개국 한미FTA 수준으로 문 열었다"
이름
권다현
등록일
15.11.05
조회수
474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국들이 최장 30년에 걸쳐 95~100%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관세철폐 수준이 예상대로 상당히 높아 한국 정부의 가입 검토 작업도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영기업 등 챕터에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이상 수준의 강화된 지원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수산보조금 등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규제를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향후 한국 정부의 가입 과정에서 갈등 요소가 될 전망이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뉴질랜드 정부가 공개한 TPP 협정문을 브리핑했다. TPP 협정문은 참여국 정부들이 일괄 공개하기로 했지만 가입국 중 시차 면에서 가장 빠른 뉴질랜드를 통해 30개 챕터가 최초 공개됐다.
정부는 한미FTA를 기본으로 협상이 이뤄진 만큼 전반적인 구성이 한미FTA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TPP는 관세를 즉시~최장 3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품목 수 기준으로 95~100%까지 자유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등 한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의 자유화 수준(98~100%)과 유사하다.
TPP로 인해 한국의 FTA 선점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는 "선점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산품의 경우 미국의 대 일본의 양허 즉시철폐 비율이 수입액 기준 67.4%다. 반면 한미FTA는 내년부터 한-미 간 관세의 약 95.8%가 철폐된다. 같은 시점부터 한-호주는 96.7%, 한-캐나다는 95.9%의 관세가 철폐된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규범분야다. TPP에는 한미FTA에는 없었던 국영기업, 협력 및 역량강화, 경쟁력 및 비즈니스 촉진, 개발, 중소기업, 규제조화 등 신규 챕터들이 새로 추가됐다. 규범 면에서 일부 분야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여 향후 TPP 가입이 본격 추진될 경우 국내 관련 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PP는 17번 '국영기업 및 지정독점' 챕터를 통해 "국영기업이 민간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업을 차별없이 대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보조 등 비상업적 지원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물론 의결권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모두 해당돼 TPP에 가입할 경우 국내 기업에 어떻게 적용될지 득실을 따져봐야 할 전망이다.
또 20번 '환경' 챕터에서는 "과잉어획 상태의 어족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산보조금의 금지조항 등을 신규로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서 현실화된다면 수산업계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상당한 수위의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TPP를 주도한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된 글로벌 통상질서의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6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는 6차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TPP 협정문 분석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후 공청회와 국회보고 등을 거쳐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과 이달 초 한일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여기에 공개된 TPP 협정문의 관세철폐 수준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형의 가입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TPP 가입국들은 서명 2년이 지난 후에는 GDP(국내총생산) 합계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6개국 이상이 비준을 완료할 경우 우선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TPP를 발효하기로 했다. 더 시간을 끌지 않고 대형 경제공동체를 신속하게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다. 신규 국가가 가입을 요청할 경우 작업반을 별도로 설치해 가입조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작업반 설치 방법 등은 아직 회원국 간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별국가 간 협상을 거쳐 전체가 동의할 경우 주도국이 취합해 최종 가입을 추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협정문 분석에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