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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드수수료 인하, 금융까지 `포퓰리즘`에 춤출텐가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05 조회수 577
정부와 새누리당이 2일 당정협의를 하고 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종전 1.5~2.0%에서 0.8~1.3%로 0.7%포인트 내리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저금리 덕분에 카드사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면서 "영세·중소 가맹점의 부담이 한 해 약 4800억원 절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이 겹치면서 영세·중소 자영업체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수료율 인하로 이들은 연간 140만~21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 달 10만~20만원이 적지 않은 돈이지만 전국 치킨집이 3만6000개, 편의점이 2만5000개에 이를 만큼 자영업 과잉인 상황에서 이 정도로 경쟁력이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수수료와 같은 가격 결정은 시장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매번 시장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영 마뜩잖다. 상식적으로 매출이 적은 가맹점일수록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수수료율이 높은 게 당연하다. 또 억지로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카드사들은 전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고 본업인 신용판매보다 카드론 등 고리대출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하는 마당에 수수료 하나까지 당국이 쥐고 흔드니 경쟁력이 생길 리 없다. 카드사 부실이 커질 경우 자칫 2002년과 같은 카드 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새누리당에 의해 변변한 공청회도 없이 일사천리 통과됐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퍼주기 경쟁이 치열해지는 마당에 금융까지 '정치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1만원 이하 소액결제 비중이 40%에 달할 만큼 신용카드가 활성화돼 있다. 탈세 방지도 되고 세금 걷기도 간편해 정부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강제해온 덕분이다. 수수료는 어차피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제로섬게임이다. 차라리 5만원 이하 소액결제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는 게 옳다. 그것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개입을 원천봉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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