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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운 검찰총장의 책임회피성 발언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1.05 조회수 593
김진태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일선 검사들에게 자성을 요구하는 회초리로 받아들이는 부류다. 김 총장은 그제 대검청사에서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기업 전체를 마치 의사가 종합진단을 하듯이 수사하면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초래하게 되고 수사의 공익적 목적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국 검찰청에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김 총장이 그동안 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을 털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특히 “(검사들이)수사 논리에만 매몰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지구상에 범죄를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먼지털이식 수사로 범죄 혐의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거듭하는 것은 정당한 수사권이 아니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은 8개월 이상 포스코 수사를 하면서 “비정상적 기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연중무휴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말은 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검찰 주변에선 “포스코 수사를 놓고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때문에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은 김 총장이 청와대와 정치검사의 그릇된 수사 관행을 싸잡아 비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총장 개인에게 아쉬움을 표시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작심 발언의 시점이 너무 늦은 데다 ‘유체이탈식’ 화법을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의 생리를 볼 때 검찰총장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뜩이나 책임회피식 발언을 일삼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김 총장마저 제3자의 비평가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검찰의 수장이 엄청난 권한을 갖는 것은 무한책임을 지라는 의미도 함께 있다. 2년의 임기 동안 23개월간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터져 나온 그의 발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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