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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벨경제학상 저작까지 날조하는 성장주의자들

이름 이아현 등록일 15.10.31 조회수 1913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을 펴낸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부가 한국어판 출판사인 한경BP에 출판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 내용이 변경·삭제됐고 승인되지 않은 서문이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한국어판은 목차와 제목이 바뀌고, 불평등·분배 등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왜곡된 것으로 확인된 터다.

한경BP는 대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경제신문 자회사다. 지난해 9월 한국어판을 펴내면서 원서와 달리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라는 부제를 달았다. 또 원서에 없는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의 서문을 넣어 “불평등은 성장을 촉진하는 유인책”이라며 ‘피케티 대 디턴’ 구도를 만들어갔다. 보수 학계와 언론사는 이 책을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의 대척점으로 내세우면서 분배보다는 성장을 주장하는 논거로 활용했다. 디턴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뒤에는 노벨위원회도 불평등보다 성장에 손을 들어줬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갔고,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디턴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저작물 왜곡, 지식 날조가 담론장을 훼손시키면서 선동 도구로까지 활용된 셈이다.

< 위대한 탈출>은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를 다룬 책이 아니다. 여러 대목에서 심한 불평등은 나쁘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특히 미국의 불평등이 심각하며 소득 집중은 부자들의 정치적 지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BP 측은 “편집상의 문제지 오류나 왜곡은 아니다”라며 변명을 했다.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결과마저 입맛대로 짜깁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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