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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가 열흘간 검정 교과서 검토했으면 누구 책임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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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전유정 | 등록일 | 15.10.31 | 조회수 | 3320 |
[사설] 청와대가 열흘간 검정 교과서 검토했으면 누구 책임인가
청와대가 현재의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를 발간 전에 이미 열흘간이나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어제 방송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청와대까지 검토를 했으니까)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증언은 현재의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가 봤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청와대가 직접 검토하고 통과시켰다는 것은 ‘좌편향이나 패배주의적 사관’이라는 혐의가 없다고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제 와서 “좌편향되고 패배주의 사관을 담고 있다”고 공격하는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자기 부정이며 자가당착임을 말해주는 증거들은 이 교수 증언 말고도 많다. 박 대통령만 해도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정치인들이 역사를 재단하려고 하면 다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갖고 하니까 제대로 될 리 없고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박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는 가장 유력한 근거다. 그런데도 어떤 부분이 좌편향됐는지 제시하지도 않고 무조건 국정화만 외치는 것은 대통령이 역사를 재단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줄 뿐이다. 아닌 말로 검인정 교과서가 정부 말대로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있다면 집필자들은 물론 청와대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
국정화 반대 움직임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어제는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 소속 학회 등 28개 학회가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오직 하나의 역사, 하나의 역사 해석만을 가르치는 국정교과서로는 민주 시민은 물론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를 짊어질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미래 세대를 키워내기 어렵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 예고조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28개 학회가 공동성명에 참여한 것은 역사학계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의 대학생 4만여명도 어제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의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국정교과서 반대 대학생 선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전 국민으로 번지고 있는 국정화 반대 여론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지금 박 대통령에게 역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대통령의 길을 가고 있는지 엄중히 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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