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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 규명도 없이 밀어붙이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0.29 조회수 6484
정부가 기술이전 실패로 그림자가 드리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기로 했다. 주먹구구식 추진과 허위·늑장 보고 등 이제까지 잘못에 대한 책임 규명도 사라져 버렸다. 18조원 이상이 들어갈 이 사업의 앞날이 매우 걱정된다.

이 사업을 집행하는 책임자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안 등을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계획된 기간 안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기술개발이 얼마나 가능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내 기술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 그동안 왜 미국의 기술이전에 그렇게 매달렸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새 전투기를 개발하고 이후 양산에 들어가는 장기 사업이다. 당장의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고 별문제가 없는 듯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적어도 전문가들의 폭넓은 검증과 국회 검토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미국의 기술이전이 가능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4월 기술이전이 안 된다는 최종 통보를 받은 뒤에도 여러 달 동안 숨긴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의 핵심에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있다. 그는 차기 전투기 단독후보였던 F-15SE를 무효화하고 F-35A로 결정할 때 국방부 장관이었다. 그는 최근 국회에 나와 “기술이전이 어렵다는 것은 국가안보실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월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또한 위증일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27일 방사청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의문이 나지 않게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책임을 규명하고 문책해야 할 사안을 홍보 부족 탓으로 돌리는 듯한 그릇된 태도다.

박 대통령이 차기 전투기를 F-35A로 바꿀 때 기술이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사안의 성격상 대통령이 관련 정보를 모두 종합해 기종 변경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까지 불길이 번지는 것을 피하려고 책임 규명에 소극적인 것이라면 더 큰 문제다. 이 사업은 여러 정권이 연이어 추진해야 한다. 작은 잘못이라도 이후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주국방과 항공산업 육성이라는 면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은 당위다. 하지만 이제까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더 큰 잘못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가려야 사업이 어그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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