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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상화’ 기대 크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

이름 정혜빈 등록일 15.10.29 조회수 7980
한국과 일본이 3년 반 만에 11월2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회담한 이래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집권 뒤 첫 회담이다. 두 나라가 수교를 하고 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양국 수뇌가 회담조차 하지 못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7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4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것에 견줘, 이번에야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다는 사실이 지금의 한-일 관계가 얼마나 냉랭하고 뒤틀려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둔 2011년 12월 노다 총리와의 교토 정상회담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파탄 나고, 이듬해 8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더욱 악화한 한-일 관계는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박 대통령이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있는 자세’를 내건 데 대해 역사수정주의자인 아베 총리가 전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일 간의 현안인 역사인식 문제 외에 중국의 부상을 대하는 두 나라의 전략적 입장 차이가 양국 사이의 상호 신뢰를 약화시켰다.

이번 만남도 이런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일본 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에 등 떠밀려 만나는 성격이 강하다. 두 나라가 2일의 정상회담 일정을 잡으면서 의제와 의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만 봐도 흔쾌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지난해의 고노 담화 검증과 올해의 패전 70주년 아베 담화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역사인식에서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정치적 타협을 내려고 매달리다간 되레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된 데는 보편적 가치와 기준을 무시하고 과거 역사를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책임이 큰 게 사실이지만, 역사문제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오로지 밀어붙이다 곤경을 자초한 박 대통령과 외교 참모들의 책임도 매우 무겁다. 이번 회담이 어떤 식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주변의 복잡한 현실을 무시한 채 한국 외교를 궁지에 빠지게 한 당사자들은 교체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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