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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의 기자단 노트북 검열은 졸렬한 언론 통제이자 인권 침해

이름 최수민 등록일 15.10.25 조회수 10795
금강산 이산가족 1차 상봉 취재를 위해 방북한 남측 기자단이 노트북 컴퓨터를 전부 검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북측 동해선 출입사무소(CIQ) 직원들이 지난 20일 방북 절차를 밟던 남측 기자단 29명의 노트북을 일일이 열어 문서, 사진, 동영상 등 모든 파일을 검열한 것이다.

북한이 기자단 노트북 전체를 들여다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남북 당국 간에 사전 합의한 사안도 아니었다. 암호가 걸린 노트북은 "암호를 풀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평소 같으면 몇 분이면 끝날 입경(入境) 절차가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과거에도 북한이 간혹 기자들 취재 장비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나올 때 숨기고 싶은 광경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는지만 간단히 살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들어갈 때 기자단 전체의 노트북을 뒤져 김정은 등 체제에 관한 내용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기자 노트북을 열어 파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몰상식한 언론 통제다. 노트북에는 기사나 취재 메모뿐 아니라 사적(私的)인 일기나 이메일도 들어 있어 기자들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북한이 나중에는 기사를 미리 보여달라고 하는 단계까지 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수수방관한 통일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 50여명이 기자들과 함께 출입사무소 주변에 있었지만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즉각 검열을 중단시키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어야 할 일이다. 심지어 "북한도 나름 법과 제도가 있으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당국자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이런 한심한 생각을 갖고 있으니 북한이 우리를 얕잡아 보고 치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3/20151023034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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