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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후폭풍 걱정된다

이름 김은서 등록일 15.10.24 조회수 10869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했다. 2011년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제로 전환한 뒤 6년 만의 국정 교과서 회귀다.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를 책임 편찬 기관으로 삼아 다음 달 말부터 1년간에 걸쳐 국정 교과서를 개발·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만든 국정교과서는 2017년 3월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의 수업부터 적용된다.
 
국정 교과서 회귀 결정에서 정권과 무관한 교육적 가치를 세워야 할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심히 실망스럽다. 대신 전면에 나선 것은 청와대와 정치권이다. 황우여 장관은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 '대통령 지침'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2013년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 이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정치권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줄곧 주도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물론 지금 검정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지나치다는 지적은 제 나름의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안이 한순간에 국정 교과서로의 퇴행일 수는 없다. 2년 전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국정화보다 검인정제를 법적·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검정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일방 매도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현 정권의 집필 기준에 따라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애써 명명한 것부터 '국정' 자체가 시대 역행적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으로의 회귀는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한국 교육과정의 오명을 더하는 것일 따름이다. 당장 1년밖에 되지 않는 집필 기간에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다. 교과서 문장 한 줄을 쓰기 위해 논문 10~20편을 봐야 하는 가운데 근현대사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복잡한 세부적 문제는 1년 안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다. 2년간 준비했던 교학사 교과서도 2천261건의 오류가 나오지 않았나. 역사학계가 대거 반대한 국정 교과서 집필을 어떤 이들이 맡느냐 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역사 전쟁'으로 혼미를 거듭할 향후 정국이다. 야당에서는 즉시 교육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낼 거라며 장외투쟁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대통령은 오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박근혜정부가 국가 과제로 내건,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비롯한 4대 개혁은 어떻게 되는가. 중차대한 개혁 과제를 눈앞에 두고 국정 동력을 분산시킬 정도로 우리는 지금 한가한가. 국민들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부산일보 2015-10-13(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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