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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세대 전투기 事態', 수석 1명 교체로 끝날 문제 아니다

이름 김혜진 등록일 15.10.23 조회수 10848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19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물러나게 하고 후임에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에 출마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교체하고 후임도 임명했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 등 차관급도 여럿 바꿨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주철기 수석 교체라 할 수 있다. 청와대 측은 두 사람을 바꾼 데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을 둘러싼 거듭된 혼선(混線)에 대한 문책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KFX의 4대 핵심 기술 이전(移轉) 문제를 둘러싼 허위 발표와 함께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일 처리에 대한 조사를 한 달 이상 진행해 왔다.

4대 기술은 개발과 양산에 18조원이 드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 전체가 1년 이상 오판(誤判)에 오판을 거듭하고 심지어 거짓말까지 해왔다는 사실이 지난 두 달여 사이 하나씩 드러났다.

일은 작년 9월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로 미 록히드마틴의 F-35 40대를 7조3000억원에 구매키로 결정할 때부터 꼬였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4대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면서 경제적 효과만 14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거짓말이었다. 방사청은 또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고도 6월에야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둘러대다가 나중에야 실토했다. 청와대가 이 문제의 초보적 내용이라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박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수행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을 만나 4대 기술 이전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과정은 국민을 어이없게 했다. 미국 정부는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거론치 말아 달라고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그대로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는 모습을 만천하에 노출시켰다.

KFX 사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차세대 공군 전력(戰力) 확보뿐만 아니라 항공·IT·소재 등 수십 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워낙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 실패로 귀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산업이 시도했던 많은 도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위험이 크다.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이 일을 해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게 국민의 믿음과 지지이다.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란 이해가 절대적이다. 정부가 이번에 잃어버린 이 신뢰와 지지를 되찾기 위해선 초대형 국책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수석 한 사람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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