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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당·병원 예약 부도내면 위약금 물리는 관행 자리 잡아야
이름
김혜진
등록일
15.10.23
조회수
10836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문턱에 가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치는 분야가 있다. 예약 문화가 그중 하나다. 음식점·병원 등에 예약해놓고 정작 아무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노쇼·no-show) 고객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본지가 최근 식당·미용실·병원·고속버스·소규모공연장 등 전국 서비스업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예약 부도율은 평균 15%에 달했다. 북미·유럽보다 서너 배 높은 수준이다. 식당 예약 부도율이 20%, 일반 병원·의원은 18%, 미용실 부도율도 15%에 달했다. 예약 부도로 발생하는 서비스 부문 매출 손실은 매년 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예약을 부도내는 사람들 때문에 꼭 필요한 소비자가 이용하지 못하는 데다, 업소에 따라서는 예약 부도를 예상하고 과잉 예약을 받는 바람에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발생한다.
예약은 개인과 업소의 약속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속이다. '나 하나쯤 어겨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 그 폐해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 당장 일부 업소가 시행하고 있는 예약금·위약금 제도를 잘 활용하면 예약 부도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14년 전 우리 항공사들 예약 부도율은 20%였으나 10년쯤 전부터 신용카드를 통한 선(先)결제 제도, 위약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최근엔 부도율이 4~5%대로 내려갔다. 예약 부도에 대한 위약금 부과에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업소들 역할도 적지 않다. 예약일 전에 고객에게 예약 확인 전화를 하기만 해도 예약 부도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예약 고객에겐 좋은 좌석을 우선 제공하거나 이용료 할인, 디저트 같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