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토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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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피해학생 구제로 끝낼 일 아니다

이름 김서양 등록일 14.11.21 조회수 10751
교육 당국이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로 인한 피해학생 구제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문제의 8번 문항을 정답처리해, 당초 오답처리된 수험생 가운데 9073명의 등급을 한 등급 올린 것이다. 대학들은 이렇게 변경된 성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입학전형 결과를 다시 산정해 추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구제책은 또 기존 정답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편·입학 시 학점 인정 범위를 정하는 등 고민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것으로 뒤늦게나마 상식이 바로 서고 상당수 수험생의 실추된 명예와 이익은 보상받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사태가 매듭지어질 단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구제대책에 구멍이 적잖은 점이 걸린다. 예컨대 지난해 불이익을 당하는 바람에 하향지원한 수험생들은 아예 구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시에 지원했으나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해 시험을 포기한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쉽지 않더라도 추가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파장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피해학생 수백명이 교육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을 천명한 상태다. 대학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성적 재산정에 따라 새로 합격자를 받는 대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당수 대학과 학과는 학생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속절없이 감수해야 한다. 이는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교육당국의 책임성 문제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다. 교육당국은 당시 평가원 수능본부장을 중징계하고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을 대기발령키로 했다. 하지만 가장 책임이 큰 성태제 당시 평가원장과 교육부 장관은 민간으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손을 대지 못했다. 현행 법규상 이들에게 행정적 책임을 물리지 못하더라도 손배 소송이 진행되면 구상권을 청구해서라도 불이익을 줘야 한다. 수능 출제 오류에 이어 어린 학생들과 소송전까지 벌인 오만과 무능은 반드시 단죄하는 게 교육적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출제 오류 사태가 또다시 불거진 만큼 선례로 삼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당국은 부서의 명운을 걸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2년 연속 허점을 드러낸 출제 및 검증 시스템의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매번 지적이 나오는 출제·검토위원의 특정 학맥 쏠림 현상은 이번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 또한 출제 오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능의 EBS 교재 연계율을 낮추는 방안 모색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기존 수능 체제의 재검토에 착수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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