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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친 ‘케이팝’ 열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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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조인희 | 등록일 | 13.11.07 | 조회수 | 1226 |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젊은이들 얼굴에선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르 제니트 공연장 앞은 담요를 챙겨와 전날부터 기다린 10대들, 남부 프랑스에서 10시간 동안 자동차로 온 20대 여성들, 이탈리아에서 20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온 모녀 등 온갖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온 오리에타 오키우초(53·여)는 “딸 손에 이끌려 야간열차를 타고 어제 파리에 도착했다”며 “딸이 케이팝을 좋아하는데 얼마나 대단한 건지 직접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공연 ‘에스엠타운 라이브 인 파리’ 시작 10분 전, 르 제니트의 7000여석을 가득 메운 유럽 팬들의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조명이 꺼지고 여성 그룹 에프엑스의 노래 ‘라차타’ 전주가 흐르자 공연장 지붕을 날려버릴 듯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의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의 열기는 더해만 갔다. 한국말 가사를 따라 부르고 복잡한 춤도 곧잘 따라 하는 관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마워’, ‘사랑해효’, ‘우리에게 피자 말고 슈퍼주니어를 달라’ 등 재치 있는 한국말이 적힌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등 자신의 나라 국기를 흔드는 관객들도 많았다.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제 공연이 끝났으니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 아까 무대에서 내년에 또 오겠다고 한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어요.” 파리 인근 퐁투아즈에서 온 델핀(22·여)은 3시간여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는 친구들과 공연장 로비에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10~11일 ‘에스엠타운 라이브 인 파리’ 공연에는 1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애초 공연을 하루만 하려 했으나, 티켓이 10여분 만에 동난 뒤 현지 팬들이 추가 공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하루 더 추가했다. 입장료는 50~110유로(8만~17만원)였다. <르몽드>, <르피가로> 등 프랑스 유력 일간지들은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한국 아이돌 음악의 첫 유럽 공연 무대로선 상당한 성과다. 이처럼 케이팝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특유의 역동적인 춤과 음악, 매력적인 외모 등 3박자가 유럽 젊은층에게도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케이팝 사이트 운영자 마튜 라무레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고답적이고 리듬감 떨어지는 프랑스 음악보다 흥겹고 즐거운 케이팝에 관심을 쏟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1980~90년대에 세계 소녀 팬들을 사로잡았던 뉴 키즈 온 더 블록, 백스트리트 보이스 같은 대형 아이돌 스타가 드물어진 요즘, 그 틈새를 한국 아이돌 그룹이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기까진 한국 특유의 대형 기획사 시스템이 큰 구실을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길게는 7년이 넘는 연습생 기간을 통해 춤·노래·연기는 물론 외국어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해 가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국내 가요를 획일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다양한 음악이 넘쳐나는 세계 시장에선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다. 최상의 결과물을 위해 댄스 음악 강국인 유럽과 미국의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고 미국 안무가에게서 춤을 전수받는 경우도 많다. 케이팝을 만들어내는 데는 국경이 없는 셈이다. 여기에 유튜브, 페이스북 등 새 미디어의 힘을 등에 업으면서 케이팝은 유통에서도 국경의 장벽을 훌쩍 넘었다. 과거에는 몇몇 다국적 대형 레코드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다른 나라에 음악을 알리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만 좋으면 세계 누리꾼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는 건 다반사다. 지난해 에스엠 소속 가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6억건, 올해는 1~4월에만 4억건을 돌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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