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그제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의 기조는 ‘스마트 파워’를 활용하는 외교중시 노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 파워를 “외교, 경제, 군사, 정치, 법률, 문화 등 여러 수단 가운데 적절한 수단들을 조합해 구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 나토와 아시아 기존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하고, 이란, 북한 등 기존의 적성국과도 대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부시 정권의 군사력 위주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협력적 대외관계를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한 것으로, 향후 국제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2.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대한 그의 시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침공은 자위권 확보 차원을 넘어섰고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참상은 극에 달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공감을 앞세우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간인의 고통을 등가로 표현했다. 오바마 정권의 대외정책 역시 유대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3.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선 두 가지가 주목된다. 북한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시급하게’ 움직이겠다고 밝힌 점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한 부분이 그것이다. 뭄바이 테러와 가자 사태 등으로 인해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북한 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힐러리는 이를 우선처리 사안으로 분류했다. 그동안 협상에서 이룬 진전을 바탕으로 조기 해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듯하다. 이는 힐러리가 북한 지도자와의 직접대화도 배제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다.
4. 국회 폭력사태까지 빚으며 강행처리를 하려 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힐러리의 분명한 반대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미국은 재협상 없는 협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세다. 기존 협정도 미흡한데, 재협상해서 더 내주면서까지 협정을 체결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이쯤에서 협정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대북정책 전환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포기, 이것이 스마트 파워를 추구하는 미국의 새 행정부와 스마트하게 관계를 시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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