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토론부

자신의 딸을 따돌린 가해 학생에게 딸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하다가 정서적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부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ㄱ씨는 2017년 초등학교 3학년 딸이 같은 반 친구 ㄴ양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3개월간 피해학생 접촉 금지 등 조치를 의결했다. ㄱ씨는 ㄴ양을 다른 반으로 이동시키는 등 딸과의 격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ㄱ씨는 학교에서 만난 ㄴ양에게 “내가 누군지 알지. 앞으로 ○○(딸)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ㄱ씨는 ㄴ양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ㄱ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함께 주먹 그림을 게시해 ㄴ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도 있다. 같은 반 단체채팅방에 속한 학부모들이 상태 메시지에 쓰인 ‘학교폭력범’을 ㄴ양을 지칭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정서적 학대는 무죄, 명예훼손은 유죄라고 보고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했다.대법원은 두 혐의 모두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정서적 학대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은 옳다고 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죄가 성립되려면 특정 표현에서 피해자가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고 했다.